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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제연임' 허창수 전경련 회장, 강력한 리더십 보여줄 때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기업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 '반기업' 법안을 추진할 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한 때 재계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급락한 탓에 정부에선 전경련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지 오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선 배제되는 굴욕도 당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순수 민간단체는 전경련과 경총뿐이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이곳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으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기업의 입장을 잘 대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전경련은 기업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 정부와 여당이 지원은커녕 반(反)기업법 통과를 줄줄이 밀어붙이면서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지만, 전경련은 그 과정에서 무력함만 드러냈다.

이탓에 경총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재계 의견에 전혀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전경련과 '동생 단체'인 경총이 통합해 힘을 키우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경련은 경총과 하는 역할이 엄연히 다른 데다 최근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통합시키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축하는커녕 존재감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후임자를 못찾은 탓에 10년간 전경련을 이끈 허창수 회장은 또 다시 '강제연임'되며 여섯번째 임기를 맞았다. 이 와중에 경총과의 통합론까지 나온 것은 전경련의 현재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이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로운 리더로 맞이한 것을 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 회장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같은 거물급 인사를 회장단에 영입하는 데 성공한 것도 긍정적 변화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반면 전경련에는 '쇄신'이 필요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허 회장도 조직 쇄신을 예고하며 "불합리한 규제로 애로를 겪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비전도 제시할 것"이라고 최근 정기총회를 통해 다짐했다. 회원사로 IT(정보 기술) 기업 총수와 재계 3~4세를 비롯한 젊고 새로운 인물 영입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주에는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크게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을 실천한 대한상의와 무협과 달리 수장도, 조직도 그대로인 전경련을 두고 허 회장이 어떤 쇄신책을 꺼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의 요구 사항을 기업에 하달하는 동원 창구로 전락할 지,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지는 이번 쇄신책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경련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허 회장이 기존처럼 '강제 연임'으로 어쩔 수 없이 조직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이제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의 뒤에 숨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지양하고, 전면에 나서 변화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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