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종합] '최장수 회장' 허창수, 떨어진 전경련 위상 높일까


"'기업가정신 르네상스' 구현, 쇄신할 것"…경제단체 통합 제안엔 '난색'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장수 전경련 회장' 타이틀을 거머쥔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의 쇄신을 예고했다. 또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푸는 데 앞장서는 한편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와 투자로 사업보국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허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60회 전경련 총회에 참석해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기업과 국민들이 거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고민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허 현 회장을 제38대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으며, 허 회장은 만장일치로 재선임됐다.

이로써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이후 6회 연속, 12년동안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됐다. 연임 횟수만 5회에 이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현재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를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 회장은 사실상 '강제연임'됐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임기 동안 '기업가정신 르네상스'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침체된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해서다.

허 회장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해 도전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져만 간다"며 "무기력한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기업들로, 기업이 나서서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허 회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푸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연달아 통과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재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허 회장은 "불합리한 규제로 애로를 겪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비전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허 회장은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요성이 커지는 데 발맞춰 선진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국내 기업들이 ESG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선 경제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경제일반, 조세재정, 노동시장, 규제제도, 사회 인프라 등 5대 분야별로 현안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개선방안을 찾아 경제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가치 제고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허 회장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경련을 새롭게 이끌며 새로운 경제성장의 신화를 쓸 수 있도록 경제계의 힘을 모으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또 전경련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해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갈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사업은 기업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일"이라며 "우리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와 투자로 사업보국을 실천할 수 있도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61년부터 경제 기적의 역사를 만드는데 함께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경제계의 힘을 모으고 미래를 선도해 경제강국을 만드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며 "과거의 익숙한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전경련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처럼 허 회장이 '쇄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경련이 정권의 패싱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설 등 수난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라는 새로운 수장을 영입해 변화를 꾀하는 반면, 전경련은 후임자 찾기에 난항을 겪다 결국 허 회장이 강제 연임하게 되면서 쇄신에 대한 재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정보기술(IT)·금융 창업자들이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하며 변화를 줬다. 무역협회 역시 퇴직 경제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을 수장으로 세워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후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많이 약화된 데다 재계 소통 창구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24일 "경총과 통합해 힘을 키워보자고 전경련에 제안했다"며 "정부·여당의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기업 측 힘이 부족했기에 (이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통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과 경총이 하는 역할이 엄연히 다른 데다 최근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통합시키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계에서 노사 간 협의에 집중할 만한 개별 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경련에서 1970년 경총을 세웠다"며 "이 때부터 전경련은 대기업 의견을 대변하고 경총은 노동 현안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내는 데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의 힘이 지금처럼 막강한 상황에선 경총과 통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통합하게 된다면 '리틀 대한상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제60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제38대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경총과의 통합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경총으로부터)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며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본의 게이단렌과 닛케이렌의 통합 얘기가 나오는데 당시 일본 노사분규가 없어지고 기업들이 경제단체를 합치라는 요청이 있어 그렇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친노동적 3법이 지난해 통과된 데다 노사분규가 일본보다 217배 많은 나라로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닛케이렌(日經連, 경총 격)과 게이단렌(經團連, 전경련 격)은 지난 2002년 합쳐졌다. 하지만 권 회장은 영국산업연맹(CBI), 독일산업협회( BDI) 등 선진국들도 대기업을 대변하는 자율적 경제단체들이 있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회장은 "경총은 (노사관계 조율이라는) 고유 목적이 있고, 전경련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고유 기능이 있다"며 "노사분규가 없어지고 노조도 기업에 협조적이면 (통합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권 회장은 조직 쇄신과 관련해선 "ESG 등 과거에 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회원사와 사회에 확산시키겠다"며 "회장단에 젊고, 다양한 분야 분들이 합류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재가입과 정부의 '전경련 패싱'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권 회장은 "재판 중인 분도 계시고 현재 얘기하기엔 상황이 이르지 않나 싶다"며 "(정부의 전경련 배제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서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의견을 대변하는 순수 민간단체는 전경련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반기업 규제를 막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존에도 관련해 일이 있을 때마다 열심히 나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업인들이 경제단체 회장이 됐다"며 "기업인들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살게 할지 의견을 교환하며 얘기를 잘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종합] '최장수 회장' 허창수, 떨어진 전경련 위상 높일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