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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차기 CEO 후보군 두텁게 짠 이재용…미래준비 포석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속 부사장 31명 등 총 214명 승진…호실적에 3년 만에 최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등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해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역대급 임원 승진 인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젊고 유능한 경영진을 앞세워 큰 폭의 세대교체를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또 올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와 사법리스크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사장단 인사는 소폭으로 진행한 반면, 차기 CEO 후보군인 부사장급 임원들을 대거 젊은 인재들로 교체함으로써 '안정 속 변화'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4일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의 승진을 발표했다. 올해 승진자 수는 2017년 말 단행한 2018년 정기 임원 인사(221명) 이후 최대 규모다. 2019년과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의 승진자 수는 각각 158명, 162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승진폭이 커진 것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67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2년 만에 최대치인 12조3천5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수요에 대한 적기 대응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지난해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했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속에 승진 인사 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3인 대표 체제 유지 속 '핀셋' 인사 두드러져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

(왼쪽부터)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이에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또 지난 2015년 4명, 2017년 7명, 2018년 4명의 사장단이 교체된 것에 비하면 이번 인사 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성과를 바탕으로 한 '핀셋' 인사는 더 두드러졌다. 이재승 소비자가전(CE) 부문 부사장이 삼성전자 최초로 생활가전 출신의 사장 승진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현 김현석 CE부문 사장은 TV출신이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산 증인으로, '비스포크' 시리즈와 '무풍에어컨'의 히트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비스포크 등의 선전으로 삼성전자 CE 부문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조5천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개선돼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50대의 이정배 부사장과 최시영 부사장이 각각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도 철저한 성과주의가 밑바탕이 됐다. 반도체 사업부 사장 3명 중 2명이 교체됐다는 점에선 '반도체 초격차'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기존에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내던 진교영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파운드리사업부장이던 정은승 사장은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맡게 됐다. CTO는 이번에 신설된 자리로, 반도체와 생활기술연구소를 관장하게 된다. 이는 반도체 공정 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메모리는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를 통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사장 승진자 대폭 증가…'세대교체' 인력풀 확대

삼성전자는 이날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경영성과와 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한 핵심인재 31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널 가격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부품 공급 운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가전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비스포크 등 고객 맞춤형 혁신 제품 라인업 강화와 판매 확대를 통해 가전 연간 매출 상승을 견인한 점을 인정 받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무선 상품화 H/W 개발 전문가인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은 갤럭시탭·갤럭시북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태블릿 PC 비즈니스 성장과 견고한 수익 창출했다는 점 때문에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이 외에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 한인택 종합기술원 재료연구센터장 등도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왼쪽부터)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부사장,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부사장,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부사장,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부사장,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핀셋'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역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했다. 발탁 승진은 2018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13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명까지 크게 늘었다.

가전 개발 및 상품 전략 전문가인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은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AI 세탁기 등 혁신 가전 기획과 개발을 통해 가전 시장을 선도했다는 점을 인정 받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무선통신 기술 전문가인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은 5G vRAN(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미국 버라이즌(Verizon)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 대형 수주 및 기술 대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호진 한국총괄 CE영업팀장도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혁신 제품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해 생활가전 매출을 확대했다는 점을 인정 받아 전무 타이틀을 달았다. 플래시 제품 설계 전문가인 이진엽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설계팀장도 수세대에 걸쳐 V-낸드 개발에 성공해 고단 V-낸드 제품의 양산성 및 특성, 품질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점 때문에 전무로 승진했다.

이 외에도 VD사업부 TV개발랩 박성제 상무, 무선사업부 영업혁신그룹 김민우 상무, 삼성리서치 AI 서비스랩장 이윤수 상무,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 노강호 상무,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최현호 상무 등이 성과를 인정 받아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외국인·여성 승진 기회 확대…다양성·포용성 강화

삼성전자는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과 포용성(D&I)'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외국인과 여성 임원 승진은 올해 10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늘었다.

스틴지아노 미국 SEA법인 CE 비즈니스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스틴지아노 미국 SEA법인 CE 비즈니스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이번 인사에선 미국 CE 영업 전문가인 스틴지아노(Joseph Stinziano) 미국 SEA법인 CE 비즈니스장이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CE 매출 지속성장과 수익성을 제고한 점을 인정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메노(Menno van den Berg) 네덜란드 SEBN법인장은 유럽시장 모바일 영업 전문가로, 베네룩스 지역 판매 전략 고도화를 통한 견고한 수익성 유지와 프리미엄 제품군 시장지배력 강화 등에 기여했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 전무 자리에 올랐다.

러시아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 61% 달성을 이끈 SERC법인(러시아) CE B2C팀장 드미트리(Dmitry Kartashev) 상무와 대형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 및 영업력을 바탕으로 일본 내 반도체 매출 극대화에 기여한 DS부문 일본총괄 영업팀장 아라이(Seishu Arai) 상무도 이번에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여성 임원 중에선 서비스 기획 전문가인 한상숙 VD사업부 서비스 비즈니스팀 부팀장이 서비스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TV 서비스 이용자 확대, 서비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전무로 발탁됐다. 또 그랑데AI 세탁기 개발을 주도한 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과 북유럽 4개국 소비자 가전 전 제품군의 매출을 끌어올린 조인하 SENA법인장(스웨덴) 전무도 이번에 승진했다.

이 외에도 김수진 경영지원실 글로벌협력팀(전무), 박진영 DS부문 설비구매그룹장(전무), 배희선 VD사업부 한국·중국PM그룹장(상무), 전소영 무선사업부 해외지원그룹 상무, 임아영 네트워크사업부 서남아BM그룹 상무,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분석랩 상무 등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인력 승진 확대…"미래 성장동력 확보"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소프트웨어(S/W) 분야 우수인력 승진을 확대해 S/W를 중심으로 한 미래 핵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S/W 분야 승진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21명으로 크게 늘었다.

윤장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S/W 플랫폼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윤장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S/W 플랫폼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윤장현 무선사업부 S/W 플랫폼팀장은 무선 S/W 개발을 총괄하며 S/W 플랫폼 개발, UI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폰 기술 경쟁력 및 소비자 경험 강화를 주도한 점을 인정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장인 이종열 부사장도 스토리지용 펌웨어(Firmware) S/W 전문성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SSD, UFS 등 솔루션 제품 경쟁력을 제고한 점 때문에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무선 S/W 개발 전문가로 불리는 김정식 무선사업부 전략제품S/W PL그룹장은 갤럭시S20, 노트20, Z플립, Z폴드2 제품 등의 S/W 개발을 담당하며 플래그십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인정 받아 이번에 전무가 됐다. 김강태 삼성리서치 SE팀장은 전사 S/W 코드리뷰 및 관리 프로세스 고도화, 코드리뷰 자동화 도구 개발 등 S/W 개발 경쟁력을 강화한 점 때문에 전무로 승진했다.

이 외에도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VD사업부 S/W개발그룹장 김용재 전문위원(전무급), S/W 구조 설계 전문가인 네트워크사업부 코어 S/W개발그룹장 정서형 전문위원(전무급), AI S/W 개발 전문가인 VD사업부 AI·빅데이터랩장 현대은 상무도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회사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로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을 선임해 최고 기술회사 위상을 강화했다.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연구인력을 육성·지원한다는 뜻에서 지난 2002년 펠로우를 도입해 개인의 이름을 단 연구실, 10억 원 상당의 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마스터'에겐 연구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임원에 준하는 처우를 해준다.

이번에 펠로우로 선임된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윤보언 펠로우는 차세대 반도체 CMP 공정, 설비, 소재 등 세계적인 기술 권위자로, CMP 관련 난제 해결을 통해 반도체 수세대 제품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로직 제품 에칭(Etch)공정 전문가인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 배근희 마스터는 EUV 적용 BEOL 패터닝(Patterning)과 특화 기술 개발을 통해 EUV 기술 양산화와 초격차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무선사업부 파워솔루션(Power Solution)그룹 최항석 마스터, 종합기술원 컴퓨팅플랫폼랩(Computing Platform Lab) 김상준 마스터도 이번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배 마스터는 EUV 적용 BEOL 패터닝(Patterning)과 특화 기술 개발을 통해 EUV 기술 양산화와 초격차 확보에 기여한 점이, 김 마스터는 뉴로모픽 프로세서, 전자약 핵심 기술 등 차세대 칩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돼 마스터로 선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며 "다음주 중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대원칙 아래 일부 조직개편과 세대교체를 통해 초격차 전략을 더 강화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났다"며 "안정 속 세대교체를 통한 핵심 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사"라고 평가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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