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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법률리스크에 발목 잡힌 '금융혁신 마이데이터'…사업심사 보류 6개사 분통


허가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적용 애꿎은 피해…미래 먹거리 좌초 위기

 [그래픽=아이뉴스24DB]
[그래픽=아이뉴스24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카드 등 6개사에 대한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를 보류하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현행법상 대주주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미래 먹거리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대주주의 문제를 자회사에 전가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반응이나, 당국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라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경남은행, 삼성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핀크 등 6개사에 대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보류했다.

당시 금융위는 "신청사들의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과 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된 만큼, 현행법에 따라 해당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 제5조 제6항 제3호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원회, 국세청 또는 금융감독원에 의한 조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그 내용이 승인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해당 절차가 끝날 때까지의 기간은 심사 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돼있다. 해당 규정 제7조에선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 등의 대주주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핀크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7년 하나은행이 최순실 씨를 도운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하나금융지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이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요양병원 암 보험금 지급에 대한 내용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예고했는데, 이날 해당 제재가 확정될 경우 삼성카드는 향후 1년 동안 당국의 인가 또는 허가를 받아야하는 사업을 할 수 없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청회사들은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를 내년 2월까지 운영할 수 있다. 대주주와 관련된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 허가 심사를 즉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소송이나 제재 절차가 종결돼야만 심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현행법상 대주주와 관련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 회사들은 내년 2월까지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를 계속 운영할 수 있다. 그때까지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현재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업무 제휴를 지원한다는 게 금융위의 복안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방침인 만큼, 다른 경쟁사보다 늦게 시작하는 것일 뿐 사업 기회 자체가 날아간 건 아니다. 그럼에도 업계가 이를 치명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마이데이터가 가진 성격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란 기업과 기관 등에 등록된 신용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하는다는 개념인데, 해당 사업권을 획득하면 고객에게 더욱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역량에 따라 자신들의 플랫폼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출발이 늦을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간 금융권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시간을 쏟아 왔다.

금융권에선 회사의 능력이 아닌 대주주 리스크만을 이유로 신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 핀테크 업계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라며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때에 대주주 이슈로 계열사의 신사업 진출에 제동을 건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기준에 '대주주의 적격성'이 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통 대주주의 적격성은 은행업에서 주요한 이슈로 보는데, 국민 전체에게 자금을 지원해야 할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마이데이터는 말 그대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 대출을 해주는 차원의 사업이 아닌데, 여기에 대주주 적격성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민감한 개인의 신용정보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사업자에 대한 심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개인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대주주가 아니라 신청인 자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며 "예컨대 영세한 핀테크 사업자들이 과연 민감한 개인정보를 잘 관리할 역량이 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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