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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쿠팡식 '레벨제' 도입…왜?


능력주의·수평문화 동시 추구…직급제 부활 비판도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쿠팡식 인사 시스템을 도입한다. 수평적 호칭은 유지하되, 레벨 평가로 성장 동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초 '스테이지 업'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의 역할과 역량, 전문성 등을 절대평가해 6개 스테이지 별로 나눈 제도로, 내년부터는 각 스테이지와 보상을 연계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내년부터 기술직군에 3~7등급까지 5단계 레벨을 부여한다. 레벨별 체류 연한이나 승진 정원이 없어 누구나 자격을 갖추면 다음 레벨로 이동할 수 있다. 향후 이를 전 직군으로 확대하고, 보상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통점은 각 레벨과 스테이지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조직장과 본인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부르는 기업문화도 그대로다. 즉, 일반 기업의 직급 체계와 달리 서로가 몇 단계에 속하는지 알 수 없어 수평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이런 인사 평가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건 쿠팡이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직군의 직급을 없앤 쿠팡은 지난 2015년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직원의 직급을 없애고 12단계의 레벨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 직원은 레벨4~6, 임원은 레벨7 이상이지만, 팀원이 팀장보다 레벨이 높은 것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서로가 어떤 레벨에 속했는지도 알 수 없다.

쿠팡의 레벨 제도는 직급·직책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익숙한 국내에서 비교적 자리를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벨제, 일거양득 VS 직급회귀…의견 '분분'

레벨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능력주의와 수평문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급을 단순화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자칫 조직 내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승진 등의 성장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레벨·스테이지 등 새로운 성장지표를 도입하면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위계에서 비롯되는 조직 내 위화감은 줄일 수 있다.

특히 IT기업은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 애자일 조직문화가 강해 개인의 오너십과 성취도를 개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적합하단 분석이 나온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일찍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레벨 제도를 도입하면 업무 진행에 있어 직급 제한이 덜하다"라며 "레벨이 서로 공개되지 않기에 내가 사원급이어도 부차장급에 업무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 사회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조직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레벨 제도가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직급 문화가 친숙한 국내 현실상 '레벨=직급'으로 여겨져 사실상 직급체계가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절대평가라 할지라도 직원 간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거나, 평가 기준에 대한 잡음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구글의 최고인사책임자(CHRO)였던 라즐로 복은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 과거 감독자 직급을 ▲디렉터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이분화한 결과, 직원들은 좀 더 높은 등급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에 집착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라즐로 복은 두 직급을 '감독자'로 통일했다.

다른 관계자는 "님·프로·매니저 등 호칭은 수평적이지만 조직문화는 그렇지 않은 기업이 많다"라며 "회사가 공개하지 않더라도 각 조직에서 서로가 어느 위치에 속하는지 뻔히 알고, 이에 따라 연봉 테이블도 달라져 사실상 직급제와 같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각에선 인사팀이 연봉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새로운 인사 평가 제도가 보상과 연결되지 않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라며 "실리콘밸리 기업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인 만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단 임직원과 어떻게 합의를 만들어가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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