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 류정필 배경으로 모두 즉석 셀카타임…'흥겨움 유발자' 콘서트는 달랐다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 성황…가요·팝송·가곡·뮤지컬 등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 선사

테너 류정필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당신과 함께’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1. 클래시컬하게 편곡된 전주가 나오자마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낯선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참신했다. “알러뷰 베이베~”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 때문에 저절로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되는 ‘Can’t take my eyes off of you’에서 한껏 매력을 뽐냈다. 원래 프랭키 발리의 노래지만 모튼 하켓이 커버한 곡이 영화 <컨시피러시>에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노래 제목처럼 정말 이 사나이에게서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쭉쭉 뽑아내는 폭풍성량이 황홀하다. 중간중간 한국어로 번역한 노랫말을 끼워넣어 귀에 쏙쏙 박힌다.

#2. 기타 솔로, 피아노 솔로, 그리고 오케스트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반주가 아름답다. 방금까지 무대를 호령하던 목소리는 감성 충만 보이스로 변신했다. ‘사랑 중에 이별이(이원필 시·정애련 곡)’는 그의 3집 음반 <인생>에 실린 한국가곡이다. “사랑하는 중에 이별이 오는가 봅니다 / 사랑이 끝난 후 이별이 오는 줄 알았는데 / 사랑도 이별도 나의 마음속 세상이었네요 / 세상이었네요 사랑도 이별도” 이제 알았다. 가을남자의 독백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그의 목소리를 타고 붉은 단풍이 가슴을 물들였다.

테너 류정필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당신과 함께’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분위기 유발자’ ‘흥 기술자’다. 또 ‘만능 엔터테이너’ ‘뮤직 멀티플레이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 음색과 무대 매너를 자랑하는 테너 류정필이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음악회에서 “역시 류정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당신과 함께’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두차례 연기된 끝에 열린 소중한 무대였다. 류정필은 오래 기다린 값을 제대로 해냈다. 대중가요, 팝송, 뮤지컬 넘버, 한국가곡, 우리민요 등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신고산타령’ ‘뱃노래’ ‘새타령’ ‘밀양아리랑’을 묶은 민요모음곡을 부를 땐 지화자·얼쑤 추임새가 자동으로 나왔다. 그는 “해외 공연에서 한국가곡을 노래하면 많은 박수를 받지만 색다른 감동이 없어 뭔가 아쉬웠다”라며 “우리 민요와 판소리를 강력한 ‘한방’으로 내세웠더니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적인 것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테너 류정필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당신과 함께’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Quizas Quizas Quizas(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는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완전 새롭게 어레인지한 남미 리듬이 온몸을 타고 들어왔다. 원래 트리오 로스 판초스(Trio Los Panchos)가 불러 히트한 노래로 냇 킹 콜이 부른 버전이 영화 <화양연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 앙코르곡을 선사하는 깜짝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류정필은 ‘Quizas Quizas Quizas’를 부른 뒤 끓어오르는 열정을 참지 못했다. 즉석에서 프로그램에도 없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It’s now or never’를 선사했다. 아예 마이크를 뽑아들고 무대 아래까지 내려와 노래했다. 정말 ‘못말리는 정필씨’다.

처음엔 김추자가 불렀지만 나중에 정훈희가 빅히트시킨 대중가요 ‘무인도(이종책 작사·이봉조 작곡)’에서는 목소리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라이막스에서 목청을 길게 뽑으며 왼손목의 시계를 바라보는 제스처를 연출했다. 실력에 쇼맨십까지 갖췄으니 천하무적이다.

이중창도 돋보였다. 이번엔 감미로운 남자가 됐다. 소프라노 조혜원과 짝을 이뤄 레하르의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에 나오는 ‘Lippen schweigen(입술은 침묵하고)’을, 그리고 소프라노 원지혜와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넘버인 ‘Tonight(오늘밤)’를 들려줬다.

또한 류정필·조혜원·원지혜 세 사람은 ‘함께 가자(March with me)’를 3중창으로 연주했다. 이 곡은 반젤리스가 작곡하고 몽세라 카바예가 부른 노래로 류정필이 직접 가사를 붙여 그 의미를 더했다. 힘이 불끈 솟고, 에너지가 넘치고,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코로나19를 헤쳐 나가는 대한민국 응원송에 안성맞춤이다.

게스트로 나온 조혜원은 오페라 <토스카> 중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원지혜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흐르는 ‘I feel pretty(나는 예뻐요)’를 선물했다.

류정필은 “제 콘서트에서는 성악을 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프로 뺨치는 기량을 가진 실력자를 한분씩 초대해 함께 공연한다”라며 테너 한일호를 소개했다. 그는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Dein ist mein ganzes herz(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연주했다.

소리꾼 안소은은 ‘아름다운 나라(채정은 작사·한태수 작곡)’를 부른 뒤, 류정필과 어린이소리단 ‘소리소은’과 함께 ‘홀로아리랑(한돌 시·곡)’을 노래했다.

테너 류정필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희망 콘서트-당신과 함께’를 마친뒤 출연자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방성호가 지휘하는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엑설런트 연주로 절정을 맛보게 해줬다.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에서는 마지막에 단원 모두가 동시에 일어나 연주하는 진풍경을 연출해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God save the queen’ ‘We will rock you’ 등으로 이루어진 그룹 퀸의 노래 메들리에서는 관객을 향해 몸을 돌리고 박수를 유도했다.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뒤 이어진 앙코르 타임에서는 핸드폰 플래시를 켠 채 좌우로 흔드는 응원과 함께 류정필을 배경으로 모두 셀카를 찍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펼쳐져 흥겨웠다. 폴 앵카의 ‘You are my destiny’와 조용필의 ‘허공’이 가을 속으로 울려 퍼지며 관객들은 제대로 힐링을 즐겼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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