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주는 역시 안 되나? 빅히트의 '큰 굴욕'


작년 매출액의 97%가 BTS…"리스크이자 장기과제"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가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 가격 시초가 후 상한가) 이후 연속 상한가도 가능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급락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빅히트는 전 거래일 대비 22.29%(5만7천500원) 내린 2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9만9천원까지 떨어지며 20만원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시장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606.97대 1에 증거금 58조4천236억원을 모으며 코스피 기준 역대 최대의 기록을 썼다. 청약 당일 주관 증권사 지점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이 몰리며 '청약 광풍'을 실감케 했다.

특히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잇따라 따상에 성공한 뒤 이후 각각 3거래일 연속,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으면서 또 하나의 대어(大漁)인 빅히트에도 따상은 물론 따상상, 따상상상 행진이 기대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8월21일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발매를 앞두고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슈가-진-정국-RM-지민-제이홉.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도 따상엔 성공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13만5천원)의 2배인 27만원에 형성한 뒤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인 35만1천원으로 치솟았다. 이날 오전 8시59분경 상한가 27만원엔 약 972만주의 매수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무려 2조6천억원 규모다. 개장 직후에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이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이 축소되더니 정오 즈음에는 주가가 시초가 수준으로 내려갔다. 오후 들어서는 이조차 밑돌더니 결국 4.4% 하락한 25만8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틀째인 이날 역시 20% 넘게 급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엔터주 한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성 아티스트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고,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외부변수 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논리다. 특히 빅히트는 BTS 비중이 절대적이다. 달리 말해 BTS에 악재가 터지면 기업에 바로 타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히트는 지난해 'TXT' 데뷔, 올해 '세븐틴' 편입을 거치고도 여전히 BTS의 정량 비중이 70%, 이익 비중은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처럼 특정 가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빅히트의 장기 과제"라고 짚었다.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빅히트 매출액의 97%가 BTS로부터 나왔을 정도로 높은 의존도는 빅히트의 가장 큰 리스크다"며 "더욱이 BTS는 1992년~1997년생 멤버로 구성돼 있는데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1992년생인 '진'의 입대 연기는 내년 말까지만 가능해 이후 완전체 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계가 뚜렷한 엔터주임에도 최근 공모주 청약열풍에 휩쓸려 공모가 자체가 너무 높게 잡혔단 지적도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빅히트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과 올해 환산 세전영업이익(EBITDA)을 기준으로 한 '시장가치(EV/EBITDA)'는 44.7배다. 이는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수치로 지난해 국내 3대 엔터주(SM·JYP·YG)가 11.3배, 인터넷 산업(네이버·카카오)이 24.4배였다. 이를 감안하면 빅히트는 상대적으로 높은 배수를 적용받았단 점을 알 수 있다.

신수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히트의 고평가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는 결국 내년 실적이 될 것"이라며 "차별적 경쟁력인 팬덤 확대 전략과 다양한 콘텐츠 유통, 자체 플랫폼 활용 등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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