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래서 얼마까지 손실 날 수 있다구요?"


금융투자상품 복잡한 구조 이해 어려워…위험등급의 '직관성' 필요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투자열풍이 불며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드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삼품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 지점에서 처음 계좌를 만들 때,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성향을 체크해 제출한다.

투자자가 어느 수준의 금융지식을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지 판매사가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다. 판매사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하거나,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 계획 수립을 돕곤 한다.

[그림=자본시장연구원]

개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도 판매사는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표'라는 것을 활용하는데, 문제는 이것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데 있다.

현재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는 지난 2009년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이 준칙은 금융사가 투자대상인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성, 원금손실 가능 정도, 기초자산의 종류와 구성비중 등 정량적 요소와 상품구조의 복잡성, 수익률 계산의 명료성, 유동성 등 정성적 요소를 고려해 상품의 위험을 나누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사가 이런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을 매길 지는 규정하지 않고 판매사의 재량에 맡겼다. 11년 전 준칙이 제정됐을 때 위와 같은 평가기준에 따라 투자상품의 위험을 ‘초저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5단계로 나눈 예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예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2010년 9월부터는 아예 준칙에서 삭제됐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가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 자체적으로 세밀한 위험등급 산정방식을 마련한 곳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 산정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7개 증권사와 4개 은행의 위험등급 분류기준을 살펴본 결과, 11년 전 준칙에서 제시했던 예시를 거의 그대로 끌어 쓰고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사모펀드를 비롯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금융투자상품은 날로 진화하며 형태도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보호라는 '선의'가 최우선 돼야 하겠지만, 금융투자상품의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를 투자자가 완벽히 이해하기까지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판매사들이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며 위험요소에 대해 설명할 때 '불완전 판매'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행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투자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위험등급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제조사가 상품 보유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액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해 7단계로 구분, 투자자에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1등급은 손실액이 0.5% 이하, 7등급은 손실액 80% 이상과 같은 형태다. 어떤 상품에 투자할 때 투자자가 1년 뒤 어느 정도의 손실을 입을 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손실범위를 표현할 경우, 투자자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충분히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투자의 범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EU는 외부 신용평가사가 신용위험(7단계)을 기준으로 위험등급을 원금손실 위험에 비례해 매기도록 하고 있다. 또 판매사가 위험등급을 정하도록 한 국내법과 달리 금융투자상품 제조사에 위험등급 산정 의무를 부여한다. 수익과 위험 구조가 복잡한 투자상품의 특성상 상품설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판매사가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이 필수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설명돼야 하는 만큼, 원금손실 위험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EU와 같이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은 원금손실 위험에 비례해 표기되고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국내 실정에 맞는 위험등급 산정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 EU를 무작정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의 '직관성'은 눈여겨 볼 만하다. 투자자들이 궁금한 건 이거다. "그래서 얼마까지 손실 날 수 있다구요?"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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