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라젠 소액주주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거리로 나선 주주들…상장 주관사·승인심사 거래소는 '나몰라라'

[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한국거래소가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섰던 신라젠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어느 때보다 쓸쓸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와 상장심사를 담당했던 한국거래소가 책임을 미루면서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라젠은 상장 4년도 안 돼 퇴출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6월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함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배임이 확인되면 기업의 계속성이나 경영의 투명성, 시장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기업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거래정지의 사유는 코스닥시장 상장 전에 일어난 전 경영진의 혐의'로 힘없는 주주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서 거래재개를 요구하는 무기한 집회를 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행여 상장폐지될까 속이 타들어가지만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상장 주관사와 상장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는 '나몰라라'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장 승인의 최종 결정권을 쥔 한국거래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집회 때문에 시끄럽다고 불평만 할 뿐, 상장폐지 업무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도 책임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3개 주관 증권사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기업실사를 벌였으나 신라젠의 신약 '펙사벡' 가치를 분석하는데 실패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된 불법사항을 걸러내지 못했다.

당시 신라젠 실사에는 25년 경력의 임원급을 포함해 주관사 3곳에서 모두 12명이 참여했지만 신약을 검증할 만한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 신라젠의 신약 가치와 BW 발행과 관련된 문제점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탐욕스러운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신라젠의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소액주주 17만명의 보유 주식이 한 순간에 휴짓조각이 된다. 이들은 상장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사전에 감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방법이 전무하다고 토로한다.

물론 상장폐지 이슈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은 회사 경영진에게 있지만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와 심사를 담당했던 한국거래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부실기업을 걸러내지 못하고 상장시킬 경우 이들에겐 '실적'이 되겠지만 소액주주들에겐 나락으로 떨어지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주관사와 한국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치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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