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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즌] 노벨과학상…‘잔인한 10월’에서 ‘꿈꿨던 10월’로


현택환 교수 “2020년 노벨화학상 후보군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억”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아직 갈 길이 먼 것일까. 올해도 우리나라 과학자가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했다. 5일 노벨생리의학상, 6일 노벨물리학상, 7일 노벨화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과학상 주인공이 정해졌다. 다만 현택환 교수가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잔인한 10월’에서 ‘행복한 꿈을 꿨던 10월’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우울하다 못해 ‘잔인하다’라고 까지 표현했다. 우리나라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이 7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이 7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56세)이 올해 노벨화학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7일 발표한 노벨화학상 명단에는 안타깝게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제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10월은 ‘행복한 10월’로 뒤바뀌었다. 노벨상 유력 후보군에 오르면 5~6년 뒤에는 수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 교수도 올해 수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래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현 교수는 노벨화학상 발표 며칠 전 전화 통화에서 “이젠 자유롭고 재밌게 연구하고 싶다”며 “나노과학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현 교수는 자평했다.

올해 노벨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받을 가능성은 올해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현 교수는 앞서 글로벌 분석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에널리틱스가 지난 9월 23일 발표한 올해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2020년 피인용 우수연구자’에 유일한 우리나라 후보자로 선정된 바 있다.

현 교수는 나노입자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 개발로 나노입자의 응용성 확대에 이바지했다. 승온법(heat-up process)은 실온에서 서서히 가열해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연구는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실려 현재까지 1660회 인용됐다.

현 교수는 “올해는 나에게 있어 기적의 해였다”며 “네이처 커버를 비롯해 사이언스 커버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올 한해 유명 학술지 커버를 장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화학상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된 것을 두고는 “나노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현 교수는 “그동안 나노분야에서 할 만큼 했고 이젠 재미있게 즐기면서 연구하겠다”라며 “무엇보다 내가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0대 중반으로 나는 아직 젊다”며 “열심히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IBS를 더 좋은 연구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최근 IBS가 여러 어려운 일로 뒤숭숭하다”며 “IBS가 더 성장하고 독립적이고 창의적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기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인생에 있어 행복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경험은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게 아니다. 개개인의 느낌, 생각, 행동, 기쁨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이들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열매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다.”

묵묵히 그의 길을 걷고 있는 현 교수는 이미 다음 세대에게 ‘값진 유산’을 남겼다. ‘나는 아직 젊다’는 외침과 ‘재밌고 자유롭게 연구하겠다’는 현 교수의 의지가 진정한 과학을 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노벨과학상은 뒤따라오는 선물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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