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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증중고차' 역차별 규제 피해는 소비자 몫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오랫동안 쌓여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 혼탁, 낙후돼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76.4%에 달했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중고차 시장을 불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불신은 중고차 사업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요인으로 차량상태불신(49.4%)과 허위·미끼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불신(7.2%) 등이 꼽혔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불합리한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의 신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 국내 중고차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소비자 불신을 직접 해소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 사업은 일정 기한이나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업체가 정밀점검·수리한 뒤 무상보증 등을 제공하며 판매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가 직접 품질을 보증함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진출한 수입차 업체 대부분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 중이며 매장 수도 꾸준히 확대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저울질 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부터 5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다. 2018년 규제가 풀렸지만 기존 업체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의 중소벤처기업부 판단에 달려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또다시 5년 동안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을 번다고 해서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수입차 업체들과 외국계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시간만 벌어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는 SK그룹 사내 벤처로 출발한 엔카였다. SK그룹은 중고차 거래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엔카를 매각됐다. 엔카를 사들인 업체는 호주 중고차 대기업과 사모펀드였다. 그사이 중고차 시장은 수입차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게 됐다.

수입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경우 역차별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 권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 결과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이 없는 미국에서는 한국브랜드와 외국브랜드 중고차 감가율 간의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산차의 중고차 가격이 수입차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국산차 소비자들도 제 값을 받고 중고차를 팔 수 있다.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중고차를 믿고 사고 팔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진출이 만능은 아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과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등의 운영의 묘를 살리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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