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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리셋 ㊤] 두산건설에 발목·탈원전에 치명타


현대家로 출발해 두산그룹 중심 계열사 성장…무리한 두산건설 지원 동반부실 불러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창립 58주년을 앞둔 두산중공업에 변화의 바람이 빠르게 불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체질개선이 요구되면서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의 운명도 두산중공업의 '리셋' 결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1962년 9월 20일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을 모태로 한다. 정인영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의 동생이다. 한라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양행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통폐합 정책에 따라 1980년 10월 정부에 귀속돼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으로 변경됐다.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두산그룹에 인수돼 2001년 두산중공업이 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인수를 계기로 중공업 중심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또한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1995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표준원자로 상업운전에 성공한 기업으로 국내 원전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두산중공업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불거진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것이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두산중공업의 개별 부문 매출액은 5조7442억원, 영업이익은 1천9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 33.8% 감소했다.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이 석탄·원전 중심의 두산중공업의 수익 감소를 불러온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두산건설도 위기는 가중시키는 원인이었다. 두산건설은 2009년 착공한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두산그룹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었다.

두산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역시 두산건설 지원에 앞장섰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메카텍과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두산건설에 현물출자한 것을 비롯해 3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10년간 2조원가량을 지원했다.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두산중공업에 흡수합병됐다.

밥캣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악화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까지 무리하게 지원하다가 결국 동반부실에 빠지고 말았다. 탈원전 정책으로 수익성까지 악화되자 이자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올해 초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공중분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두산그룹은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게 됐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총 3조6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위기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다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의 지원 조건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을 약속했고, 이를 위해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등 돈되는 자산은 모두 매각에 나서며 두산중공업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을 모두 완수한 이후에도 석탄·원전 중심에서 벗어나는 체질개선에 성공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해상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국내 친환경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서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사업 등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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