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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빨리 답장줘" 나 사칭한 뻔뻔한 그놈, 신분증에 기프트카드까지 요구했다


보이스피싱 갈수록 진화…금감원 "가족간 개인정보 공유 안 돼"

 [그래픽=아이뉴스24DB]
[그래픽=아이뉴스24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엄마 나 핸드폰이 고장나서 컴퓨터로 문자하고 있어. 수리를 맡겨놔서 문자만 가능한데, 부탁할 거 있어서 연락했어. 확인하는 대로 답장 줘"

"왜?"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구매해야하는데 폰 인증이 안돼서 신청을 못하고 있어. 엄마 명의로 대신 신청하려는데, 주민등록증이 필요해 사진 찍어서 보내줘. 이미지를 등록해야해"

"신분증을 안 가지고 나왔는데?"

기자의 가족에게 온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
기자의 가족에게 온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런 문자가 왔는데 너가 보낸 거 맞냐고. "내가 뭐하러 그런 걸 보내. 지금 멀쩡히 전화 잘 되는데? 아 설마…?." 보이스피싱이란 걸 직감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가 뭘 보낸 건 없었다. 연락도 잘 안 하는 애가 갑자기 문자를 해서 의심스러웠단다. 퉁명스러웠던 평소의 말투도 한몫했다. 다정한 아들이 아닌 덕 큰일을 막았다는 게 찝찝했지만, 아무튼 십년감수했다.

나중에 집에서 확인해보니, 낯선 번호의 그는 깨나 집요했다. 지금 신분증이 없다고 하니, 마트에 가서 구글 기프트카드를 사달라고 했다. 30분 동안 답장이 없자, "답장 줘" "어디있어"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최근에 썼던 '자녀 사칭 보이스피싱' 기사 속 사례와 똑같았다. 사례를 통해서만 접했던 보이스피싱이 이젠 나한테까지 올 정도라니. 새삼 무서웠다.

기자의 가족에게 온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
기자의 가족에게 온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치명적…기프트 카드 수법도 조심하세요

'자녀 사칭 문자'는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지인이나 자녀를 사치해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해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수법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변형시킨 것이다.

수법은 이렇다. 자녀를 사칭해 문자를 보낸 뒤, 온라인 소액 결제나 회원 인증 등의 이유로 신분증 사진이나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한다. 물론 전화는 못걸게 한다. "휴대폰이 고장나 컴퓨터로 메시지를 보낸다"라는 핑계를 댄다.

좀 더 나아가 원격조종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정보를 보내줬지만, 갑자기 인증이 잘 안 된다며 "엄마 그냥 내가 할게. 이 앱 설치해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신분증과 신용카드 정보만 있으면 사기범은 얼마든지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 언제든지 본인 인증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오픈뱅킹을 타고 타행 계좌에 접근한다. 피해자 명의로 카드론, 약관 대출도 받는다.

1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분증과 신용카드 정보만 있으면 휴대전화, 계좌개설, 카드론, 약관 대출 등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라며 "하나만 뚫려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충분히 범죄에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범은 피해자에게 구글 기프트카드 구매를 요구하기도 한다. 뒷면의 일련번호만 있으면 현금화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상품권 특성상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가족이라도 메시지 통한 개인정보 공유는 금물

자녀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치명적인 이유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자식이 부탁하면 안 들어줄 부모없다'는 점을 노리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이럴수록 '부모와 자식 사이라 하더라도 메시지를 통한 민감 정보는 절대 공유해선 안 된다'라는 대원칙을 정해야 한다. 전화나 직접 만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휴대폰 분실이나 고장 등의 사유로 연락이 어렵다고 하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족 간에라도 신분증 사진이나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며 "부모님 입장에선 자식이 급하게 부탁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자식들은 평소에 부모님께 '절대로 응하지 말라'고 자주 말씀을 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만약 보이스피싱을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회사 콜센터나 금융감독원 콜센터에 즉시 전화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 피해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나 신용정보가 노출된 경우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또 본인이 알지 못한 휴대폰 개통 여부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 접속하면 알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 '사회악'인 이유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좀먹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가장 친밀한 가족조차 진위여부가 확인이 안 되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보이스피싱을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연말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수사당국은 적발된 불법혐의에 대해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전자금융업, 전기통신법, 정통망법을 엄격히 적용해 허용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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