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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기자금 빠지기 시작했다…코스피 상승에 개미들 진로변경


석달만에 감소세 전환…수신 금리 낮아 은행권 재흡수 가능성 크지 않아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중은행의 대기자금이 세 달 만에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연일 호조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입출식통장 등에 넣어뒀던 돈을 빼간 게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5대 국내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610조7천88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을 말한다. 급여통장이 대표적이다.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매우 낮은 만큼, 유동성이 크다.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4월 말 기준으로 574조1천658억원이었던 잔액은, 5월 말 599조8천410억원, 6월 말에는 627조6천46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7월 들어 상승세가 꺾인 데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꼽힌다. 유동성이 큰 저원가성 예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나머지 은행에 잠시 돈을 맡겨두는 것인데, 최근 들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종가기준) 1947.56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6월 1일엔 2029.60, 7월 말엔 2249.37까지 올랐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 상에서 투자자예탁금 추이를 보면, 지난 6월 1일 44조3천490억원에서 7월 31일 47조7천863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컸던 만큼, 대기성 자금의 대다수가 주식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라며 "부동산 시장으로 가기엔 저원가성 예금의 객단가가 많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신용대출도 늘었는데 그 또한 주식시장으로 갔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5대 은행의 7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0조2천42억원으로 전월 대비 2.9% 늘었다.

대기성 자금의 이탈은 은행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저원가성 예금은 '예금'으로 분류되면서,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이자가 매우 낮은 만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수익성과 예대율 규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행이 올해만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올 상반기 5대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3~14베이시스포인트(bp) 떨어졌다.

은행이 대기성 자금을 다시 흡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정기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가 낮아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길 유인이 크지 않아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는 올 1월 1.53%에서 지난 6월 0.8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금리는 1.74%에서 1.23%으로 내려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수신상품의 금리가 높았을 땐 대기성 자금이 다시 은행에 흡수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금리가 많이 낮아져 다른 업권으로 이탈하는 상황이다"라며 "상품 금리의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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