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돌 두산 ㊥] 맥주서 중공업까지 체질개선…정상화 '산넘어 산'

위기 때마다 주력사업 새롭게…두산중공업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은 위기 때마다 주력 사업을 새롭게 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역사를 이어왔다. 주력 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은 또다시 사업체질 개선을 요구받으며 시험대에 올랐다.

두산그룹의 시작은 1896년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다. 박승직 상점은 면직물과 화장품 판매로 성장했지만 오늘날의 두산그룹을 일으킨 원동력은 맥주 사업이다. 두산그룹은 1952년 동양맥주를 사들이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100년 기업'을 향해가던 두산그룹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으로 첫 번째 위기를 맞는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페놀원액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영남권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던 낙동강이 오염됐고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던 박용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두산그룹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두산그룹의 주력 회사였던 오비맥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두산그룹은 소비재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불매운동의 영향이 없는 B2B(기업간거래) 중심의 사업구조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오비맥주를 매각하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을 인수하며 사업구조를 환골탈태했다. 중공업그룹으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지만 2005년 '형제의 난'으로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두산그룹은 위기 때마다 주력 사업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국내 최장수 기업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

두산그룹은 박용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전문경영인인 정수창 회장에게 그룹 총수 역할을 맡겼다. 이후 오비맥주 매각과 함께 박용곤 회장의 동생인 박용오 회장이 총수를 맡게 됐다. 두산그룹 형제경영 전통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은 다음 주자인 박용성 회장에게 총수 직을 넘기길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동생들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로 인해 가문에서 제명됐다.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박용성 회장은 5개월 만에 총수 자리에서 물러났고, 박용현 회장이 뒤를 이었다. 박용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그룹 안정화에 가장 주력했고, 2012년 동생 박용만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넘겼다. 의사 출신인 박용현 회장은 형제의 난을 정리하기 위한 구원투수였지만 이 시기가 두산그룹의 전성기였다.

박용만 회장 취임 이후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인수 후유증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인수에 이어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미국 밥캣 등 인프라 관련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두산밥캣 인수를 위해 차입한 부채가 지금까지도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산그룹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두산건설도 두산그룹에 독이 됐다. 두산건설은 2009년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 착공과 함께 분양을 시작했지만 2013년 완공 이후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2011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지원으로 연명해왔다. 두산그룹이 최근 10년간 두산건설에 지원한 자금은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두산건설 지원으로 부실이 심화된 두산중공업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한시름 덜었지만 두산그룹의 생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두산그룹은 주요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며 부채 줄이기에 나선다.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두산건설 등을 모두 팔면 2조5천억원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핵심 계열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게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두산그룹이 진행 중인 자구안을 정상적으로 완료하고, 두산중공업도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면 두산그룹은 국내 최고 기업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위기가 아니었던 시절이 없었지만 그때마다 잘 극복해왔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위기도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크기 때문에 자산 매각만 계획대로 진행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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