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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무자본 M&A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 K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8천500만원이다.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실적이다. 작년 한해 매출액 27억원에 무려 50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경영권이 바뀌었다. 새 최대주주는 중입자를 이용한 암치료센터 건립을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지 2~3개월만인 작년 11~12월 지분 대부분을 반대매매 당했다.

인수자금 200억원 전액을 차입으로 조달했는데 지분담보대출을 숨긴 것은 물론 반대매매가 이뤄지고서도 한참 후에야 이를 실토했다.

새 경영진은 구속력이 전혀 없는 1천억원에 달하는 수출 MOU를 맺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고, 무려 2천억원이 넘는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공시를 남발했으나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K사는 불성실 공시를 반복하다가 결국 상장폐지가 결정됐으며, 정리매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인 H사. 지난 2017년 3월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투자금 190억원 가운데 148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새 최대주주는 경영권 인수 직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다른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188억원에 H사에 떠넘겼다. 작년 1월에는 사실상 지배주주로 있던 바이오투자조합이 보유한 바이오 업체 지분을 H사에 211억원에 팔기도 했다.

H사 최대주주의 지분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 3월 거의 전부 반대매매 됐다. 작년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까지 받았으나 상장폐지를 겨우 면하고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최대주주가 바뀐 2017년 3억원이었던 연결 순이익은 2018년 194억원 적자, 작년 90억원의 적자로 전락했다.

K사와 H사 모두 전·현직 경영진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최근에는 탈황설비 업체인 B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10일도 안돼 주식 대부분을 반대매매 당하면서 곧바로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는 일도 벌어졌다. 인수대금 450억원 가운데 우선 280억원을 지급했는데 이 중 230억원이 차입이었다. 현재 보유지분은 달랑 0.75%에 불과하다.

B사는 바이오 신사업 진출 등을 흘리면서 경영권 변경 공시가 나오기 전에 주가가 이미 6배나 폭등하기도 했다.

B사는 임상시험 2~3상에 진입한 췌장암, 뇌암 치료제 등 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미국 신약개발 업체 지분 51%를 25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미국 바이오사의 가치가 6천억원에 달한다는 회사측의 주장이다.

B사는 어떻게 6천억 짜리를 250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을까. 미국 바이오사 주주들은 바보인가. 췌장암, 뇌암은 치료효과가 좋은 약이 없다시피 하다. 미국은 벤처캐피탈 자금이 넘쳐나는 곳이다. 만약 신약의 약효만 좋다면 수 조원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고, 돈이 없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바이오·제약과는 동떨어진 업종을 영위하는 데다 전문인력도 전혀 없는 한국 업체에, 그것도 단돈 250억원에 경영권을 넘기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반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무자본 M&A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무자본 M&A는 자기자금이 아닌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불법의 온상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선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 밖에 없다. 수백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자금을 빼돌릴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인수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도 많다.

금감원이 작년 말 무자본 M&A 추정기업 67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사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게다가 24사의 3년간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평균 13.8배에 달하는 등 주가 등락이 극심했다.

거품은 꺼진 다음에야 거품인 줄 알 듯이 사기는 드러날 때까지 사기인 줄 모른다. 그럴 듯한 겉모습을 갖춘다. 완벽하지 않으면 속지 않으니까. 라임, 옵티머스 펀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볼 공산이 큰 무자본 M&A로 의심되는 종목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상책이다.

일단 기존 영위 사업과 무관한 신규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거나 경영권 변경 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공모가 아닌 사모 방식의 자금유치에 열심이고 증자와 관련해 납입기일, 투자자 등이 수시로 변경될 경우도 물음표를 붙여야 한다.

최근에는 해외법인을 통한 제약, 바이오 사업 진출이 무자본 M&A 기업에서 많이 써먹는 주가부양 소재다. 원천기술 등 사실관계 검증이 어려운 점을 노린 수법이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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