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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판 뉴딜'이 '전환적 뉴딜'로 성공하려면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지난 주 시리즈로 발표됐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필두로, 15일에는 과기정통부 의 '디지털 뉴딜', 16일에는 환경부-산업부의 '그린 뉴딜'에 대한 세부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20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안전망 강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안전망 강화'의 세 축으로 구성된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경제·사회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최상위 전략을 제시한 것이 바로 '한국판 뉴딜'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도약"해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대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경제전반의 디지털 혁신 및 역동성을 촉진·확산할 '디지털 뉴딜' ▲경제기반의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할 '그린 뉴딜' ▲사람중심 포용국가 기반의 '안전망 강화'를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총 28개의 세부과제를 설정하고 2025년까지 114조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와 함께 '강력한 추진의지'도 드러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대통령이 직접 월 1~2회의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총리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도 만들었다. 그 아래에는 과기부 · 환경부 · 산업부 · 고용부 장관이 참석하는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와 '민주당 K-뉴딜위 총괄본부'도 구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17일 전북 부안군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 풍력시험동에서 그린에너지인 해상풍력 핵심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17일 전북 부안군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 풍력시험동에서 그린에너지인 해상풍력 핵심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와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받아 든 세간의 평가는 심드렁하다. 부분적으로는 환영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다 나온 얘기여서 새로울 게 없다", "구호만 있고 실행계획이 없다", "일자리 창출 효과의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비전과 목표에 동감하더라도 얼마나 실현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판 뉴딜'의 얼개는 지난 3차 추경안에서 대부분 제시된 내용이다. 기본 방향과 구성과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용은 유지하면서 사업목표와 기간, 투입예산을 크게 늘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를 세부적으로 추가한 정도다. 3차 추경안에서는 2022년까지 31.3조원을 투자해 5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종합계획에는 49조원, 88만7천개로 늘렸다. 2025년 목표도 추경안에서는 "76조원 수준의 재정소요가 전망"된다는 정도의 언급만 있었지만 이번 종합계획에는 114조원, 190만개로 목표치를 확 늘렸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 자체도 벌써 1년 전에 제시된 것이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소부장 사태도, 코로나 사태도 발생하기 전인 작년 7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발전패러다임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환적 뉴딜'을 제안했었다. 이 때 제안된 전환적 뉴딜이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이었는데 이것이 소부장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으로 완성된 셈이다.

'전환적 뉴딜'의 핵심 이념은 '뉴딜'이라는 단어가 갖는 단기 경기부양책의 한계를 탈피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전환적 재정확대' 정책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잠깐 스쳐 지나갈 단기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구조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임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찬 전략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의 구조적인 변화, 플랫폼 노동의 확산, 양극화 심화, 신구세력의 갈등 등은 단기 경기부양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거센 파도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뉴딜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사회 곳곳에서 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거창한 비전과 일자리 창출 목표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체화할 실행계획이 미비한 채로 나온 이번 '종합계획'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조한 정책이 아니라 오랜 기간 국책연구기관에서 논의된 내용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규제개선과 갈등해소 대책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이제 첫 발을 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실현가능성으로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실현 가능성은 종이 위에 적힌 숫자를 더 구체적으로 적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실현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갈등의 현장, 규제의 현장, 일자리 상실의 현장이 하나씩 해결됨으로써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략회의를 '대표사업 성과 보고대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월 1~2회 '현장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현장'이 실적 홍보의 현장만으로 그친다면 정부와 국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통령이 갈등의 현장에, 규제의 현장에, 일자리 상실의 현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면 '한국판 뉴딜'의 실현가능성도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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