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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장사꾼 트럼프에 농락당한 한반도


볼튼 전 안보보좌관 폭로…2년 동안 매스컴 이용 남북한 평화 유린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한 미국의 어설픈 정치인으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말 원했던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매스컴 연습’(exercise of publicity)이었다.

분단 75년의 한반도 통일의 꿈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 꿈을 이루어줄 것처럼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반도는 흥분했고, 싱가포르 현지뿐만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을 중계하는 한국의 프레스 센타에도 한국 취재진을 비롯, 무려 전 세계에서 3천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왔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장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거기에 몰려온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볼튼의 회고록 ‘The Room Where It Happened’(‘그 일이 일어난 방’)은 다음 주 발간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회고록의 파급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16일 연방 법원에 발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볼튼의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가질 때 북한의 핵무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김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독재자와 ‘친구 맺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볼튼은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매스컴 연습’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볼튼 전 보좌관의 폭로는 현재 워싱턴 정가에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월 재선을 앞둔 트럼프 선거 캠프 진영은 파급효과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경찰의 흑인 살해 등에 이어 볼튼의 회고록은 트럼프의 재선을 더욱 어렵게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보다 10% 정도 뒤진 상태이며, 앞으로 쌓인 악재로 인해 역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 농산물을 수입해 선거를 도와달라고 구걸한 형편이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처음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는 봄이 찾아오는 듯 했다. 특히 2017년 일 년 내내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남북미 관계는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시점에서 조성된 훈풍이어서 남북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남북미의 평화 프로세스 급진전은 그 이유를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너무나 반가운 일이라 전후 관계를 굳이 따지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더 나아가 북미관계가 크게 개선되면 북한에 대한 유엔 및 미국 제재가 풀리게 되고, 따라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한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의 경제 사정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한은 신북방경제 등을 통해 1인당 국민총생산(GDP)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동해안 철도와 서해안 철도를 연결해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열차(TSR)와 잇는 계획안이 앞 다투어 발표됐고, 러시아의 가스관과 송유관이 북한을 통해 남한으로 이어지는 청사진도 전개됐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트럼프라는 장사꾼 출신의 대통령이 ‘매스컴 플레이’ 용도로 꾸며졌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 민족의 운명이 오랫동안 우방이었던 나라의 대통령에게 장난질을 당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트럼프의 진의가 밝혀지면서 파랑새가 다시 멀리 날아가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4·27판문점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

결국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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