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1.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른 A사의 마케팅팀. 박 대리가 선뜻 앞으로 나서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4잔요" 주문을 한다. "우와! 박 대리님, 이거 펭수카드 아니에요?". 김 주임이 계산을 마친 박 대리의 팔을 붙잡고는 카드를 가로챈다.
TV에서만 보던 펭수가 카드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평소 펭수앓이를 자처하는 마케팅팀 직원들이 서로 돌려가며 이 앙증맞은 놈을 구경한다. "너무 귀여워요. 보기만해도 그냥 힐링이 되네요. 어떻게 발급받아요." 커피 한턱 내서 고맙다는 말보다도 오히려 펭수카드가 주인공이 됐다.
부장의 돌발행동 만큼이나 놀라웠던 게 있었으니 바로 그의 '라이언 체크카드'. "저 돌부처가 이 카드를 쓴다고?"라며 연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부원들. 라이언 카드의 활약으로 서먹서먹하던 최 부장과 부원 사이의 거리는 좀 더 가까워졌다.
펭수가 KB국민카드와 손잡고 마침내 금융권에 상륙했다. 당장이라도 "펭-하!"하면서 등장할 것 같은 카드 디자인은 수많은 펭수 마니아들의 소유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한 요즘, 펭수카드가 일상 속에 작은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종류는 두 가지다. 펭수의 얼굴과 함께 '펭-카'라는 텍스트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디자인과 '학사모 쓴 펭수' '해바라기 꽂은 펭수' 등 펭수의 다양한 표정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적용한 것.
그중 눈에 띄는 건 오른쪽 팔을 드는 시그니처 인사법이 적용된 '펭-카' 다자인이다. 짙은 하늘색의 세로형 플레이트에 펭수의 이미지, 문구에만 집중한 덕에 깔끔한 인상을 준다.
특히 펭수 특유의 '펭-하' 포즈가 큼지막하게 담겨있어, 당장이라도 튀어나와 "팀장님! 돈도 많이 버는 양반이 말이야! 크게 한턱 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나 원 참!!!"이라고 도발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펭수카드. 가히 '핵인싸템'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펭수의 힘은 강력했다. 출시 첫날 4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하더니 약 15일만에 발급좌수 17만좌를 돌파했다. 타사 캐릭터 카드 추이와 비교해 봐도 빠른 속도다.
업계 관계자는 "펭수가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10대와 20대를 넘어 30대 연령층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등 팬층이 두텁다보니, 카드도 흥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펭수카드는 내년 2월 16일까지만 판매된다. KB국민카드는 카드 발급 고객 선착순 20만명에게 펭수의 재치있는 어록을 활용한 스티커를 제공한다. 또 4월 말까지는 출시를 기념해 이 카드로 88만원 이상 사용하는 고객을 추첨해 여행상품권 등 경품을 증정할 계획이다.
가장 최근엔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가 주목을 받았다. '치즈 농장의 농부 라이언' 캐릭터를 플레이트에 크게 적용한 게 특징이다. 카카오프렌즈와 NH농협카드가 협업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이밖에도 우리카드에선 '쿠키런' 캐릭터를 적용한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를 만나볼 수 있다. 가로형 디자인으로 쿠키런 캐릭터가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가는 모습, 소파에 앉아 휴식하는 모습 2종류로 구성돼있다. 신용카드 정보사이트 카드고릴라는 지난해 가장 인기있는 체크카드 1위 자리에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를 올려놓은 바 있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해외결제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와 비교해 부담 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한몫 한다. 대부분의 캐릭터카드는 체크카드 형태다. 타행 계좌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이어 "이왕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김에 독특하거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카드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라며 "카드사들도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카드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카드업계에도 '효자'다. 모집 비용 없이 캐릭터 효과만으로 다수의 고객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카드 하나만 잘 만들어도 '금융 혁신'을 이루는 셈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