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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15주년’ 뮤지컬배우 정민 “의미 있는 한해…콘서트 계획 중”


성실함·분석력 탁월한 믿고 보는 초연배우…연기에 대한 간절함 여전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언제든 나이랑 상관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16년차 뮤지컬배우 정민은 시간이 흘러도 관객들이 캐릭터 자체로 편안하게 봐주는 배우이길 소망한다.

“배우로서 행복감은 늘 엄청 컸다”는 그는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 즐기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민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지난 10일, 봉준호 감독의 특집방송을 본 정민은 감동과 자극을 동시에 받았다.

배우를 넘어 연출가의 마인드까지 장착한 공연예술가에게 봉 감독이 걸어온 과정이 크게 이입된 것이다. 방송에서 본 봉 감독의 카리스마와 섬세함에 감탄한 정민은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한 듯 감상을 풀어놨다.

“제가 마흔 살이 되다보니까 나이에서 오는 우울증이 살짝 있어요. 한동안 밤에 잠을 못 잤는데 어제 방송을 보고 바로 잠들었어요. 오랜만에 개운하게 잘 잤어요.”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그는 배우가 된 과정을 짚으며 자신의 성격과 선택의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며 찾았다. “그래서 공연하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대본 분석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 성격에 정말 잘 맞아요.”

정민은 ‘사의 찬미’ ‘비스티’ ‘명동로망스’ ‘리틀잭’ ‘뱀파이어 아더’ ‘시데레우스’ ‘경종수정실록’ ‘미스트’ 등 창작뮤지컬 초연에 특히 많은 참여를 했다. 대본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찾아가는 재미, 고민한 만큼 관객이 만족했을 때의 성취감을 즐긴다. 대학로 마니아 관객들도 그의 노력·참여도·결과물을 인정한다.

“대학로에 마니아층이 명확하게 형성돼 있잖아요. 그분들에게 참 감사해요. 관객들끼리 서로 주고받으면서 대학로 문화가 정착됐다고 봐요. 배우들도 거기에 호응을 해주면서 그 안에서 우리끼리 규칙을 정한 거죠. 이 문화는 그대로 유지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환경이 열악하니까 나라에서 개선해줄 필요는 있어요.”

정민은 2005년 겨울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로 데뷔했다. 뮤지컬 ‘그리스’ 오디션에 합격해 더 이른 데뷔를 할 수 있었으나 연기보다 춤이 좋아 출연을 고사했다. 당시 그는 한 무용단에 소속돼 댄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춤을 잘 추는 분을 따라다니며 춤을 배웠어요. 실력꾼이란 얘길 들을 만큼의 수준이 됐을 때 검증을 받고 싶어 ‘그리스’ 오디션에 응시했어요. 합격을 했지만 무용단 몰래 오디션을 봐서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스’ 제작사 측에서 전속배우 계약을 하자고 했는데 ‘미안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고 나와서 다시 기분 좋게 춤을 췄어요.”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고 싶었을 뿐 무대에 오를 생각이 없었던 정민은 ‘그리스’ 오디션을 계기로 연기와 노래도 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그는 “춤을 추면서 무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안 떠나더라”며 “그래서 댄스컬 오디션을 봐 난다 긴다 하는 춤꾼들 사이에서 무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가족들도 모르게 키운 춤 실력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친구들이 그를 무대 위로 끌어올려서 반 대표로 춤을 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숫기도 없을 때였는데 갑자기 무슨 용기인지 춤을 춰보고 싶은 거예요. 기본스텝만 해도 화려해 보이니까 그 정도만 보여줬어요. 그러고는 학교에서 일약 스타가 됐어요.(웃음)”

정민은 “‘배우나 연예인이 되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배우를 시작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를 따라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했고 동아리에서 ‘코러스 라인’을 하면서 뮤지컬을 처음 접했다. 그때 빠져든 게 무용이다.

“제가 결정 장애도 심하고 두루뭉술해요. 말할 때도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빗대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용기가 없나봐요. 용기는 결단력이잖아요. 그래서 ‘소속사를 가질까’ 이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지금까지도 안 가진 걸 잘한 것 같아요. 그 덕분에 매 작품 스스로 선택하면서 결단력 훈련을 계속 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배우를 시작할 때도 목표는 없었지만 어쨌든 선택은 내가 하지 않았나”라며 “얼굴 빨개지면서 춤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용기를 내 그곳(무용단)을 나와 무대로 갔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정민의 작품 선택 기준은 뭘까. 정민은 “일단은 무조건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불편하면 내가 거기서 실력을 못 낸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극장의 경우 춤추는 쇼뮤지컬이라면 환영한다고.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을 묻자 그는 고민 없이 ‘결혼’을 꼽았다. “아내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난 참 결혼을 잘한 것 같아’라고 하는 걸 들었을 때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고맙기도 하고. 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인 것 같아요. 늦게 한 걸 후회할 정도예요.(웃음)”

정민은 “예전엔 후회가 되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는 작품 등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며 “‘그때 내가 이런 선택을 했으면 더 잘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며 “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또 “어렸을 때는 후회를 많이 했는데 내 선택을 책임지고 받아들이다보니 지금에 감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공부 쪽으론 머리가 진짜 안 좋은데 감성지수(EQ)나 잔머리지수는 높은 것 같아요. 막내라서 어렸을 때 눈치보고 자라서 그런 것도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누나 두명이 있는데 예쁨 받으려면 비위 맞추고 눈치를 잘 봐야 됐죠. 사소한 변화도 알아보고 칭찬했어요. ‘누나 오늘 머리 잘됐네’ 이런 거.(웃음)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항상 ‘이게 낫니, 이게 낫니’를 너무 물어보니까 나중엔 기가 막히게 캐치하게 되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여전한지 묻는 질문에 “연기라는 건 배움이 없고 얼마만큼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간절함이 항상 있다”고 답했다.

그는 “끝이 있어야 내가 어느 정도 채웠는지 알 수 있는데 연기는 파이(π)기 때문에 채움이 없다”며 “항상 목마르다”고 말했다.

또 “그러니까 늘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매일 있는 것”이라며 “남들이 잘한다고 해도 자책을 많이 한다”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정민은 ‘사의 찬미’가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예전엔 다른 작품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의 찬미’인 것 같아요. 배우가 정형화된 것도 잘해야겠지만 자유분방함이 있어야 자기 색깔이 많이 비치거든요. 그래야 ‘저 배우는 저런 매력이 있구나’가 보일 텐데 그 전엔 몰랐어요. ‘사의 찬미’를 하면서 딱 알게 됐어요. 초연부터 진득하게 작업을 했던 작품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15주년을 기념해 꼭 하고 싶은 이벤트를 물었다. 정민은 “새로운 공연들은 매번 하는 거고 다른 특별한 걸 한번 해보고 싶긴 해요. 개인 콘서트를 해보면 어떨까. 저한테도 의미 있는 걸 해보고 싶네요. 뭔가 소장을 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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