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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 마일리지 제도'…알면서도 외면한 공정위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항공사업자는 연간 누적 마일리지, 제공 마일리지, 예약가능한 마일리지 좌석수, 예약가능 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과잉기대를 초래하기 때문에 적절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제휴 마일리지는 항공사업자가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소비자는 추가 연회비나 다른 혜택 등을 희생하여 얻는 것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8년 12월 '항공운송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보고서는 같은 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가 항공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도입한 이후 발간됐다. 당시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이 항공사업자의 제휴 마일리지 과잉 판매를 더욱 확대할 유인이 존재해 기존에 소비자에게 불리했던 문제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마일리지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2008년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도입했던 것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서다. IFRS에 따르면 마일리지 판매 대금은 부채로 잡힌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마일리지 소비를 빠르게 해 부채를 털어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고객의 마일리지 소비를 빠르게 하는 것보다 카드사 등 제휴사를 통해 마일리지를 과잉 공급하는 데 열을 올렸다.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은 항공사 입장에서 부채를 더 털어내기 쉬운 쪽으로 조정됐다.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더 늘어나고, 탑승 후 쌓이는 마일리지는 크게 줄어서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고객의 마일리지 소비 권리를 등한시하는 쪽으로 문제가 악화된 이유는 마일리지 제도를 항공사와 고객 간 문제로 보는 항공사들의 입장에 공정위도 동의하고 있어서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제도가 약관에 따른 항공사와 고객 간 계약일 뿐이라며 사회적으로 고객들의 재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도 마일리지 제도 약관 자체의 위법성 여부 판단보다, 마일리지 사용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자율적인 제도 개선이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와 고객 간 동의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관련 약관을 살펴보면 항공사와 고객 사이는 고객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는 평등한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너스 항공권 또는 좌석승급 보너스 사용은 여유좌석 이용이 원칙이며, 보너스 좌석 수와 사용은 제한될 수 있다. 마일리지 제도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경우는 국가 경제의 심각한 악화,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격차 해소가 불가피한 경우, 항공 수요 변화 등 항공사 영업 환경의 현저한 변화가 있을 경우 등이다.

참다 못 한 고객들은 공정위에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고객 7명과 함께 대한항공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근거해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대한항공을 공정위에 고발할 참여자 모집에 나선 법무법인 태림 측은 이달 27일 모집을 마감하고 29일 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근거해 공정위에 약관심사청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지난 2008년 보고서에서 공정위는 항공 마일리지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이 필요한 이유로 항공사업자가 제휴 마일리지 공급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과 약관법은 각각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해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알면서도 외면해 온 공정위가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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