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막 내린 CES…한 곳으로 쏠리는 기업들의 관심사

AI·모빌리티 '대세'…참신한 제품은 바로 '모방'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2020'이 10일(현지시간) 오후 폐막했다. 이번 CES는 주요 IT업체들의 관심사가 점차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가시화된 박람회였다. AI(인공지능)는 이제 CES의 단골메뉴가 됐고, 모빌리티(Mobility)에 대한 IT업체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져 이에 대해 논하지 않은 주요 기업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닮아가는 것은 이 같은 트렌드만이 아니다. TV·가전 등 구체적인 제품 차원에서 봐도 주요 업체들의 제품이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해가 갈수록 미래 기술 발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사업 방향성도 점차 몇 개의 꼭지점으로 모이는 모양새다.

◆'일상 속에 스민 인공지능'…미래 기술의 베이스는 'AI'

CES 주관단체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 슬로건으로 '일상 속에 스민 인공지능(All in everyday life)'를 내세웠다. 이를 반영한 듯 주요 업체들은 나란히 다양한 방식으로 AI가 미래에 어떠한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일제히 제시했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이 '볼리'를 든 채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시 부스 곳곳에 나란히 AI를 녹여냈다. 삼성전자는 공 모양의 '지능형 컴패니언(Companion) 로봇'인 '볼리(Ballie)'를 기조연설을 통해 첫 공개했다. 볼리는 기존 AI처럼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끝나지 않고, 사용자를 이곳저곳 따라다니고 다양한 가전제품들과 연동하며 사용자를 위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전시장 한켠에는 2020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푸드 AI' 기능이 소개됐고, AI 기반 로봇팔 '삼성봇 셰프'가 각종 주방 도구를 들어 요리를 도와주는 장면도 시연됐다.

LG전자 역시 부스 전체의 3분의 1을 '씽큐 존'으로 꾸미고 집 안은 물론 밖에서도 AI를 통한 연결성을 강조했다. '어디서든 내집처럼'이라는 테마는 집은 물론 레스토랑,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장소에 적용됐다. 특히 커넥티드카존에 마련된 커넥티드카가 주목받았다. 자동차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집에 있는 TV·가전 등과 연동되는 등 AI와 자동차의 접목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레스토랑으로 시선을 돌리자 안내·주문·음식 조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클로이' 로봇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소 스타랩스의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도 화제였다. 오직 소프트웨어만으로 인간의 모습과 움직임 등을 그대로 구현한 일종의 '아바타'로, 스타랩스는 의사·승무원·세일즈맨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인공인간을 스크린 속에 선보였다.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인격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을 거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타랩스의 인공인간 '네온'의 모습.

LG전자는 인공지능 솔루션 업체 '엘리멘트 AI'와 손잡고 '인공지능 발전 단계'에 대해 발표했다. 박일평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는 ▲1단계 효율화(Efficiency) ▲2단계 개인화(Personalization) ▲3단계 추론(Reasoning) ▲4단계 탐구 등으로 AI 발전 방향을 규정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AI와 인간 간 상호작용이 늘어나고, 인공지능이 더욱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점차 영향력이 커지는 구글과 아마존은 AI가 왜 CE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 증명했다. 주요 IT업체들의 부스에서는 어김없이 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구글은 자체 부스를 통해 100여가지가 넘는 '구글 어시스턴트' 연동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구글 어시스턴트 연동 방식을 설명했다. 아마존 역시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알렉사가 점차 IT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줬다.

◆완성차·IT업체 가리지 않고 '모빌리티 청사진' 제시

이미 CES에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이 생겼다.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려졌다. 현대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대거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IT업체들도 일제히 모빌리티와 관련된 사업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SK 등 국내 업체들은 물론 소니·파나소닉·퀄컴·인텔 등 글로벌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글과 아마존도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사업 결과물을 CES 2020을 통해 공유했다.

현대차의 부스에서는 일반적인 '자동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대신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대안으로 '도심항공이동기기(UAM)'를 제안했다. PAV(개인용비행체)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결합한 개념으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를 활용해 활주로 없이 도심 이동을 가능케 한 것이다. CES 2020에서 공개된 PAV 콘셉트카 'S-A1'은 향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PAV 콘셉트카 'S-A1'의 모습. 좌측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우측은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출처=현대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아우디 등 자동차 업체들의 '미래차' 비전도 돋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콘셉트카 '비전 AVTR'은 영화 '아바타' 제작진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자동차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순수 전기차다. BMW의 'i3 어반 스위트'는 실내를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미고, 천장에서 스크린이 내려오고 개인용 사운드 구역을 갖추는 등 '카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됐다. 아우디의 자율주행차 'AI:ME 쇼카'는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하고 AI와 결합한 지능형 기능을 활용해 탑승자와 교감한다. 보다 진보된 AI로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자동차 상태를 조절한다.

IT업체들도 '모빌리티'라는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5G 바탕의 첨단 운전석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5G를 바탕으로 차량 내부와 주위의 상황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주행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카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통해서는 고화질 콘텐츠의 HD맵 등을 실시간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TCU와 디지털 콕핏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해당 TCU를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에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5G 디지털 콕핏. [출처=삼성전자]

LG전자는 AI 플랫폼 '씽큐'를 자동차에도 접목했다. 핵심은 집과 커넥티드카를 AI를 통해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집에서 하던 작업을 차에서 이어서 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SK 역시 전기차 배터리에서부터 카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자동차 소재 등 각 계열사별로 보유한 모빌리티 역량을 총체적으로 전시했다. 특히 미래 이동수단으로 구현한 도시 모형을 전시해 스마트시티와의 접목 가능성도 내놓았다.

소니는 전기차 '비전-S'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소니의 강점인 이미징·센싱 기술 탑재로 자율주행에 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여기에 '360 리얼리티 오디오' 기술을 접목해 카엔터테인먼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은 부스에서 아예 TV를 빼고 그 자리를 모빌리티로 채웠다. 스마트 모빌리티 존을 마련해 자율주행 전동휠체어 '휠'을 비롯한 각종 자율주행·전기차 콘셉트를 내세웠다. 또 V2X(차량사물통신)을 통한 보다 효율적인 교통 관리 솔루션인 '시러스 바이 파나소닉(CIRRUS by Panasonic)'도 공개했다.

소니 전기차의 모습. [출처=소니]

인텔과 퀄컴 역시 모빌리티 솔루션을 내세웠다. 인텔은 자회사인 '모빌아이'를 내세워 자율주행택시 '로보택시'가 자연스러운 자율주행을 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또 기존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교량과 도로를 식별하도록 하는 '미씽 맵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퀄컴은 자율주행차에 특화된 시스템인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첫 선보였다. 자동 비상 제동과 교통 표지판 인식, 차선 유지 보조기능 등을 갖췄다. 오는 2023년 본격적인 상용화 계획도 세웠다. 퀄컴은 또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자동차용 클라우드 플랫폼도 소개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AI 음성비서가 자동차로까지 스며드는 경향을 보여줬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볼보와 BMW 차량을 선보였다. 구글 어시스턴트로 내비게이션 등 차 안의 장비는 물론 집 안과 연결하는 장면도 시연했다. 아마존은 이번 CES2020 기간 동안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전기차 업체 '리비안' 등에 알렉사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액슨모빌과도 제휴를 맺고 알렉사 지원 차량이 액슨모빌 주유소에서 음성으로 아마존페이를 통해 결제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혁신 제품 내놓으면 바로 모방…'신가전' 콘셉트도 겹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0 기간 동안 나란히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신가전'을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두 업체 모두 '식물재배기'를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식물재배기를 CES 2020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LED(발광다이오드)를 통해 광원을 제공하며 물을 공급해 식물을 키운다. LG전자도 이와 유사한 식물재배기를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광원은 LED로 LG전자의 다양한 기술을 식물재배기에 접목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패밀리허브·인스타뷰 냉장고에 접목한 투명 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이 일제히 뒤이어 접목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을 열지 않고 냉장고 내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다양한 정보들을 표시할 수 있는데, TCL과 하이센스, 하이얼 등이 일제히 이와 유사한 제품을 이번에 내놓았다. 이에 대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너무 같은 제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TV 분야에서는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더 세로'를 모방한 제품들을 공개했다. TCL·하이센스·스카이워스·창홍은 일제히 세로 방향의 스크린을 기본으로 하는 TV를 선보였다. 필요할 경우 가로로 돌아가는 것도 '더 세로'와 똑같다. 세로로 촬영해 세로로 편집한 세로형 동영상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먼저 시도했고, 시장성을 눈여겨본 중국 업체들이 이를 바로 따라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도 TCL과 스카이워스가 모방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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