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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미래유산] 용금옥 이야기(영상) #2


통미꾸라지, 곱창 육수의 구수한 맛이 일품...정치, 언론인 사랑방

[조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아이뉴스24가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현재 용금옥을 운영하고 있는 신동민 씨의 조부인 창업주 신석숭이 1932년 중구 무교동에서 식당을 개업해서 오늘에 이른다.

용금옥의 추어탕은 소곱창으로 만든 육수에 유부, 두부, 버섯, 호박, 대파, 양파 등을 넣고 푹 끓여낸다. 여기에 면과 밥을 말아 먹는데, 육개장처럼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용금옥의 역사,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려 8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용금옥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과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신동민 사장과의 대담을 통해 용금옥 이야기를 풀어본다.

용금옥 3대 신동민 사장
용금옥 3대 신동민 사장

Q.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개업한 용금옥. 정확히 언제 지어졌나.

A. 한국전쟁 전인 일제시대 때(1932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 현재 무교동 코오롱 빌딩 자리가 원래 용금옥이 있던 장소였다. 하지만 그 자리가 과거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 코오롱 빌딩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현재 용금옥 위치는 창업주인 할머니가 쉬는 공간이었다.

Q. 개업 후 처음부터 추어탕만을 고집했나.

A. 정확한 건 알지 못하나, 창업주인 할머니로부터 추어탕만을 고집해오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 당시 밥하고 술을 같이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Q. 미꾸라지가 나오지 않는 계절인 봄하고 겨울에는 어떻게 장사를 했었나.

A. 저희 할머니 때는 여름에는 영업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어탕을 팔지 못하는 계절에는 우족을 이용한 족탕, 소등골(한우), 머릿골, 지라 등 소의 부속 등을 끓여 만든 탕을 손님들에게 판매했다.

A. 과거 무교동에는 언론사하고 정치 당사들이 다 포진되어 있어서, 언론인, 정치인 분들이 주고객층이었다. 지금의 서울시의회가 과거 국회의사당 자리였다. 옛날에는 모든 기사가 여기서 발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로 기사를 발제하지 못하면 용금옥으로 가면 된다는 말도 있었다. 그때 기자님들이 원고 작성이 끝난 뒤 여기서 뒷풀이 같은 것을 했었는데,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또 그때는 정치 하시는 분, 언론에 계신 분들이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야근도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끝나고 나서 용금옥 같은데서 막걸리 먹고 술도 한잔 하셨었다. 과음 하신분들은 집에 못가시니까 실제로 용금옥에서 주무시고 가는 분들도 계셨다. 여기서 자고 회사로 바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Q. 손님들의 음식값 계산은 어떤식으로 이뤄졌나.

A. 그 당시는 외상문화였다. 어떤 분이 오시면 외상으로 음식을 드리고, 월급날에 맞춰서 찾아가 돈을 받았다. 실제로 여기서(용금옥) 일하는 분들 중에 월말에는 수금하러 돌아다니는 분도 있었다. 월급날에 맞춰서 가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돈이 빠지니까 딱 맞춰서 수금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누런색 월급 봉투에 현금으로 받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정산했었다.

A. 우선 우리 용금옥은 국내산(전라북도 부안산)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두 번에 걸친 유막 제거 작업을 실시한다. 미꾸라지가 거품이 없어질 때까지 깨끗한 물에 헹궈낸다. 일부는 튀김용으로 나가고, 일부는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 찬물을 여러번 뿌린 뒤 추어탕용으로 사용한다.

Q. 미꾸라지를 통자로 넣어서 끓이는 것이 서울식 추어탕의 기본이다. 용금옥만의 레시피가 있다면.

A. 서울식 추어탕은 소를 이용한 육수를 사용한다. 저희 용금옥의 경우 소곱창 육수로 추어탕을 만들어 고소한 맛을 낸다. 또 우리 추어탕에는 유부, 싸리버섯 등이 들어간다. 싸리버섯의 경우, 그 당시에는 비교적 저렴했지만 현재는 가격이 비싸다. 과거에는 할아버지가 1년 정도 사용할 싸리버섯을 전국을 돌면서 사왔었다.

 [사진출처 = 용금옥시대]
[사진출처 = 용금옥시대]

A. 그렇다. 1970년대에 북측에서 대한민국에 대표단으로도 오고, 암행으로도 왔었다. 북측 대표단에서 서울 출신이었던 박성철 부주석이 "용금옥은 지금도 잘 있습니까?"라고 물어 본 유명한 사건 때문에 남북관계 최초로 해빙모드가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 사건이 용금옥이 갖는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할머니께서 덕이 많으신 분이었다고 들었다. 손이 크시고 손맛도 상당히 있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보다 재료도 좋아서, 음식 자체가 훨씬 맛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이 지금까지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시는 것 같다.

권준영 기자 kjykj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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