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80% 배상 명령한 DLF 사례 뜯어보니…'치매·난청·고령 투자자'

투자경험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0%' 강조한 사례는 75% 배상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역대급 배상비율이 나오게 된 배경엔 은행 본점 차원에서의 과도한 수익 추구, 그에 반해 부실했던 내부통제가 있었다.

각 사안마다 투자자와 금액이 달렀던 만큼, 배상비율도 달랐다. 예컨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치매환자인 고령투자자 사례엔 80%를 배상한 한편, 투자성향 분석이 미흡했던 '적정성 위반' 사례에 대해선 40%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그래픽=아이뉴스24 DB]

5일 오후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DLF 투자자에 대해 최대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이날 분조위가 논의한 6개 사례의 배상비율을 보면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 사례는 80% 배상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만 강조한 사례는 75% ▲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한 사례는 40%로 결정됐다.

이어 ▲예금상품 요청 고객에게 기초자산(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을 잘못 설명한 사례는 65% ▲고객이 이자율스와프(기초자산)을 잘못 이해한 걸 알았음에도 설명 없이 판매한 사례는 55%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사례는 4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치매·난청 앓고 있는 고령투자자 80% 배상 받는다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 사례를 보면, 은행은 투자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대한 별도의 서명도 없이 가입이 진행됐다. DLF는 투자위험 감내 수준이 가장 높은 '공격투자형'만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다.

특히 투자자는 그간 투자경험이 전무한 79세의 고령에다 난청과 치매를 앓고 있는 등 건강상태도 좋지 못했다. 일상생활이 불가한 중증 치매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분조위는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 이 투자자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정도로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겐 '손실확률 0%' 강조하며 판매했다. 이 경우엔 75% 배상 명령이 내려졌다.

은행은 이 투자자가 투자경험이 없고 프라이빗 뱅커(PB)의 자산관리를 받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했다. 또 "과거 10년간 백테스트(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결과 손실확률이 0%"였다라고 강조했을 뿐 금리하락폭의 200배에서 300배까지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는 위험성은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이 투자자는 만기 도래 적금 1건과 미도래 적금 11건을 추가로 중도 해지해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금상품을 문의한 고객에게 DLF를 권유한데다, 기초자산이 되는 영·미 이자율스와프(CMS)도 잘못 설명한 경우는 65%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이 투자자는 "대여금고 개설을 위해선 1억원 이상 예치가 필요하다"는 읜행직원의 안내를 받고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했으나, 은행 직원은 DLF를 권유했다. 심지어 이 은행직원은 "미국금리가 40% 하락하지 않으면 조기에 상환된다"라고 잘못 설명했다. '영·미 CMS DLF'는 '미국금리'가 아니라 미국 CMS와 영국 CMS의 금리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다수의 투자경험, 철회 가능하다는 안내 받고도 계약 유지…차감요소로 반영

고객이 CMS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을 인지하고도 그에 대한 보충설명 없이 판매한 사례는 55%를 받았다.

투자자가 대출금을 1년간 예치할 수 있는 예금상품 추천을 요청했는데, 은행직원은 DLF를 권유하고 투자자성향은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했다. 특히 직원이 "CMS(이자율스와프)에 대해 아느냐"고 질문하자 투자자는 "CMS(자동이체계좌)에 가입한 적 있다"라고 답하는 등 기초 자산을 잘못 이해했음에도, 직원은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모니터링콜 이후 은행직원으로부터 "계약철회가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안내 받고도 계약을 유지했던 점은 차감 요소로 반영됐다.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한 경우는 40%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은행직원이 먼저 전화해 초고위험상품인 DLF를 '안전하고 조건 좋은 상품'으로 소개하면 가입을 권유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품의 만기·이자율만 설명하고, 손실배수 등 위험성은 안내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투자자가 6회에 걸친 투자 경험을 갖고 있었던 데다, 은행직원에게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일임하는 등 투자판단을 맡겼다는 점에서 배상비율을 차감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경우도 40%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은행은 투자성향 분석 시 투자자에게 묻지 않고 '20% 손실 감수 가능' 등으로 임의체크해 이 투자자를 '공격투자자'로 분류했다. 특히 설명자료가 교부되지 않는 등 충분히 설명됐다고 보기 어려웠던 데다, '마케팅 전화 거절 고객'으로 등록돼 모니터링콜도 실시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사례에 대한 차감 요소로 ▲3억원에 달하는 가입금액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일임하는 등 투자판단을 맡긴 점을 들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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