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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심리학회장 "게임중독, 의사 치료가 답 아냐"


"심리·사회적 접근이 더 효과적…게임과몰입힐링센터도 방식 바꿔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 의료적으로 접근할수록 개입과 치료가 힘들어진다. 원인이 불분명한 중독 문제는 심리·사회적으로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이며,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관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국제질병표준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을 통과시켰다. 과도한 게임 이용을 일종의 질병으로 규정한 것.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

ICD-11은 2025년 개정되는 국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부터 반영될 수 있다. KCD 개정이 5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ICD-11 효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KCD에 ICD 개정판을 반영하지 않거나 특정 코드를 제외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심리학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심리학 전문가 집단인 한국심리학회는 물론, 산하 분과학회인 한국중독심리학회 등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현섭 학회장은 "한국심리학회뿐 아니라 산하 15개 분과학회 중 한국중독심리학회를 비롯한 14개 학회 역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나머지 1곳인 한국임상심리학회도 찬성이 아닌 보류 입장으로, 심리학회 쪽에서는 누구도 이에 찬성한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심리학계가 게임중독의 질병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 중심의 의료 모델로는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약물 치료 및 병원 입원과 같은 의료적 접근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 학회장은 "게임중독과 관련된 폐해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원인은커녕 치료방법도 불분명하고 약도 없는 게임중독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아이들을 정신과에 보내는 것을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될 경우, 의료적 접근을 제외한 심리·사회적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는 점도 심리학계 우려를 키우는 대목.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특정 질병 치료 목적의 상담은 의료기관에서만 제공할 수 있다.

조 학회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면 현재 게임중독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더이상 심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아이들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가장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중독 전문가로서 아이들이 게임을 조금 했다고 정신 병원에 보내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도 있다"며 "아이들이 정신과 병동을 다녀온 뒤 트라우마를 겪게 되거나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는 경우가 실제 많은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 학회장은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민관협의체 4차 회의에 질병코드 도입 반대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 이 같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관련 사회적 논의를 위해 민간·정부 위원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조 학회장은 "아이들은 성장 중이고, 변화가 가능한데다, 게임중독의 경우에는 부모의 양육 태도나 관계 형성이 문제였던 경우가 많아 부모가 협조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며 "민관협의체 회의에서도 중독 전문가로서 의료 모델보다 심리·사회적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독 문제와 관련한 심리·사회적으로 접근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이 중독 문제 해결에 가장 유용한 것으로 검증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의료 모델로 갈수록 더 개입과 치료가 어려워져 손을 놓게 된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심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중독자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역시 의료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심리·사회적 접근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게임과몰입 치유와 관련해 더 효과적인 접근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심리학계가 의료계보다 더 많은 경험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도 결국 의료 체계를 베이스로 한 곳이어서 한계가 있어 이 시스템을 심리사회적 접근 방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심리학계의 경우 의사들보다도 중독 관련 전문가 수가 많은데다 현장 참여수도 많다"고 자신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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