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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집단사망 ㊤] 1년에 7명꼴로 노동자 사망…대체 무슨 일이?


노동자들 "공정과정서 유해물질 나와" vs 사측 "유해물질 사용하지 않아"

가장(家長)의 죽음은 평범했던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만큼 가장의 어깨는 무겁다. 가족의 의지는 더 절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는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가장을 떠내보내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타이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 곳에서는 지난 20년간 139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1년에 7명꼴로 가장이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6월에도 노동자 한 명이 가족에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릴 건넜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체 노동자의 44.8%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보고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짚어봤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지난 6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투병하던 이진재 씨가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입사 4년 만인 2014년 활막육종암 진단을 받은 그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죽음은 한국타이어에서는 이 씨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가족 모임)가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는 1996년에서 2007년 사이 93명, 2008년에서 2016년 1월 사이 46명으로 총 139명에 달한다. 이는 정규직만 집계된 수치다.

먼저 1996년에서 2007년 사이 사망한 노동자 93명의 명단을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로부터 받아 살펴봤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일터는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 연구소 등을 가리지 않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이 일하던 부서도 제품검사팀, 품질관리팀, 설비보전팀, 정련·성형·재료 등 여러 공정에서부터 연구·개발, 심지어 인사지원팀 소속 등 다양했다.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질병 또한 암, 출혈, 질식, 손상, 심장·폐 관련 등 다양했고 병명은 일반적으로 생소한 것들로 가득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상세불명'의 질병이 많았다는 것이다.

'상세불명'의 병으로 인한 사망은 당연히 역학조사를 요구하게 됐다. 특히 2006~2007년 즈음 한 해에 15명이 돌연사하면서 원인 규명 필요성이 높아졌고,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해당 시기 사인규명의 결정적 조사인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2008년 2월 발표된 역학조사 결과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현직 노동자의 전국 사망통계와 비교했을 때 2006년 5.6배로 유의하게 높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또 심장적 돌연사, 즉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이 2006년도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한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작업환경이 노동자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심혈관계질환 사망을 초래할 화학적 유해요인이 작업환경에는 없었고, 교대작업이나 고열 등 작업환경과 개연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추가 조사를 통해 2009년 4월에 나온 최종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작업환경 가운데 유해인자인 고무흄,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의 노출 수준이 2008년 발표한 역학조사의 결과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결국 노동자가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노동자들의 사망이 타이어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타이어는 천연고무, 합성고무, 카본블랙 등에 보강제, 가류제, 가류지연제, 연화제, 가류촉진제 등 수 백 종의 유해화학물질(벤젠, 톨루엔, 자이렌, 산화철, 아연화유황, 망간, 니켈, 크롬 등)등의 혼합덩어리다. 뿐만 아니라 타이어를 고온에서 쪄내는 과정에서 고무흄을 대량으로 발생시키는데 이 고무흄 속에도 각종 유해화학물질들이 미세분진 형태로 존재하며 이 역시 발암물질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타이어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은 200여 종에 이른다는 것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또 국제암센터는 고무산업을 발암물질 인자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심장학회는 공식적으로 미세분진과 심장질환이 관련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작업환경 탓이냐 유해화학물질 탓이냐 하는 사이에도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에서 2016년 1월 사이 노동자 총 46명이 사망했다. ▲2008년 4명 ▲2009년 6명 ▲2010년 6명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월 1명 등 매년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원인 또한 다양했다. 사망원인이 급성심근경색과 폐암·교통사고인 노동자가 3명 씩, 간염·간암·폐혈증·신경 섬유종인 노동자가 2명씩이었다. 이 외에도 폐섬유증, 폐렴, 비인두암, 식도암, 뇌종양, 허혈성 심장질환, 아코올성 케톤산혈증, 급성폐렴, 급성심장마비, 급성림프구백혈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전립선암, 사고사, 다발성골수종, 뇌경색, 간경화, 혈구포식림프조직구증 등 사망원인은 다양했다. 원인불명이 1명 있었고, 자살자는 11명이나 됐다.

이후에도 2017년 최홍원 씨가 기계압사로 사망했고 2018년에는 오정환 씨가 자살, 같은 해에 또 길준종 씨가 잠자던 중 새벽에 병원에 이송됐다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질환자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특수건강검진 결과 질병유소견자와 요관찰자 현황을 보면 대전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등에서의 질환자 수는 총 근로자 수 5천710명 가운데 ▲2011년 776명(13.6%) ▲2012년 653명(11.4%) ▲2013년 633명(11.1%)이었다.

이후부터는 총 근로자 수 5천750명 가운데 ▲2014년 1996명(34.7%) ▲2015년 2396명(41.7%) ▲2016년 2492명(43.3%), ▲2017년에는 대전·금산공장과 테크노돔 총 근로자 수 5천831명 가운데 2611명인 44.8%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검진대상자 가운데 수진자만 집계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이후 사망자가 계속 나와 현재 170명의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 유해물질이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엄청 많이 쓰이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은 무벤젠 솔벤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거짓이다"며 "한국타이어가 대덕구청에 제출한 신고 자료를 보면 유해물질들이 대기나 수질로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측은 "벤젠 등 그 쪽에서 주장하고 있는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없다"며 "제조생산라인에서 법에서 규정돼 있는 기준을 넘은 것이 하나도 없고, 대전지방노동청 등에서 주기적으로 관리를 다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해물질을 대기나 수질로 배출하고 있지도 않다"며 "그런 게 있으면 이미 다 구청 등에서 공개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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