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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게임중독세, 실제 입법 시 위헌소지 다분"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이중과세 등 문제"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결정 후 게임중독 치료 및 예방을 위한 기금 마련 차원의 이른바 '게임중독세' 도입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로부터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징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등은 최근 토론회 등을 통해 이 같은 '게임중독세'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임중독세는 국회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갖는 분야. 지난해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중독자 치료를 위한 게임중독 예방치유부담금을 게임사들로부터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입법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손인춘 의원은 게임사의 매출 일부를 게임중독 치료와 업계 상생을 위한 기금으로 징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1년에는 이정선 의원과 김을동 의원이 게임중독 예방 및 사후 관리 등을 위해 게임사의 연간 수익 일부를 기금으로 걷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게임중독세가 법제화될 경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법적 해석도 나온다. ▲이중과세 ▲평등의 원칙 위반 ▲조세 부과 목적의 정당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와 만나 이에 관한 법률적 해석 및 조언 등을 들었다. 김진우 변호사는 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와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 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주원]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주원]

-'게임중독세' 법제화 움직임이 있다.

"게임중독세 부과 법안이 실제 입법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중과세, 평등의 원칙 위반, 조세 부과 목적의 정당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중과세 문제다. 게임회사는 이미 매출에 상응하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을 납부하고 있다. 다른 산업 군의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현행 조세 시스템에 따라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는데 여기에 일종의 징벌적 성격이 있는 '게임중독세'까지 물리게 되면 과잉 과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카지노, 복권 등 사행산업을 대상으로 연 매출의 일부를 징수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일종으로 사행산업이 아니다. 일부 사행 요소가 포함된 게임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임산업 전체가 사행산업 군에 속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이는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유튜브, 스마트폰, 인터넷 등 과몰입 유발 소지가 있는 다른 것들과 다르게 게임에만 중독세를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 게임중독처럼 '탄수화물중독'이라는 단어가 널리 통용되는 상황에서 탄수화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탄수화물 중독세를 물리지는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로 인한 중독세 부과는 특정 산업만을 저격하는 일로 타 산업과의 형평성 부분에서 심각히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게임중독세 법안은 '조세 부과 목적의 정당성, 당위성'에 대해 검증이 안 돼 있다. 특별 목적의 기금을 거둘 때 합헌인지 위헌인지 심사하는 기준이 있는데 게임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살펴보지도 않고 입법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게임에 건강증진기금을 징수할만한 근거도 마땅치 않다. 가령, 담배는 건강증진 부담금을 징수한다. 이는 담배라는 물질 자체가 화학적으로 유독성을 가지고 있고 직접적으로 건강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게임과몰입은 게임을 하는 행위자의 문제다. 게임이라는 물질 자체의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건강이 직접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게임은 플레이하는 사람의 행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와는 경우가 다르다. 이는 게임 제작사가 아닌 게임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요소라고 보여진다. 또 일부에서는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때문이라지만, 실제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이 아니라는 의·과학적 의견도 많다.

이 때문에 게임 제작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중독세 법안이 실제 만들어질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중독세법이 실제 시행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 법이 실제 국회를 통과, 시행될 경우에는 문제가 안되는 게임들이 오히려 위축되고, 반대로 문제가 될 만한 게임이 음성화돼 더 활개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게임중독세 등 규제가 강화되면 과도한 사행적 요소 등으로 인해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게임들은 더 음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제도권에 있는 문제없는 게임 조차도 게임 전체를 일반화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해 음지로 내몰릴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문제있는 게임에 대한 국가적 관리는 더 어려워지며 이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장벽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 이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도 뜨겁다.

"어떤 행동이든 과도하면 문제가 생긴다. 노래도 과도하게 부르면 성대결절이 온다. 운전에도 과몰입하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게임이 중독이라면 이 역시 노래 중독, 운전 중독이고, 노래이용장애, 자동차이용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만을 중독과 질병코드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낙오자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들은 게임을 안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변 판사 지인 중에 축구 게임인 위닝을 정말 손에 꼽게 하는 분이 계시다.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던 친구는 현직 검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을 잘하는데 공부도 잘해서 신기하다'고 말한다. 너무 낡은 시각이다.

요즘은 게임을 즐기면서도 기성세대 잣대로 봤을 때 학력이나 직업 등이 좋은 사람이 많다. 성공은 개인적인 노력과 성취의 영역이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공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또 게임을 안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게임이 동기부여가 돼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내 입장에서는 게임을 바라보는 이 같은 고리타분한 시선이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무엇이 됐든 몰입해 본 사람이 나중에 어떤 일이든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게임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하는데, 뭐가 됐든 지나치면 다 안 좋지 않나.

또 게임이 마냥 학업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 삼국지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덕분에 어린 나이에 국가를 통치해보면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하는 통솔, 경영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또 게임을 더 잘하려고 컴퓨터를 직접 고치면서 컴퓨터에 대한 흥미도 갖게 됐다.

영어 실력도 게임 덕분에 갖췄다. 학창 시절 문명2라는 게임을 할 때 한글 버전이 없어서 영한사전을 가져다 놓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어려운 영어 단어와 개념을 다 습득하게 됐다. 나중에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단어를 그냥 다 알겠더라. 덕분에 남들이 단어로 고생할 때 나는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다른 사람과의 유대관계, 네트워크의 중요성 등도 게임을 통해 차츰 깨우치게 됐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살면서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게임을 왜곡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게 안타까운 이유다."

-현재 정부가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기존 관련 법들이 게임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기에 올드하고, 위축시키기까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법이 산업을 도와주지는 못하고, 앞서가는 산업을 도리어 퇴보시킨 것이다.

블록체인 관련 법적 자문을 하면서도 비슷한 점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ICO를 금지하다 보니 ICO를 하려는 회사들이 모두 해외로 나가면서 자본도 함께 해외로 나갔다. 게다가 해외에서 회사 설립 시 의무적으로 현지인을 고용하도록 하자 고용 창출도 되더라.

게임 역시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동안 창작자들의 업계 이탈이 잦았고, 산업 발전이 점차 가로막혔다. 잘 만든 게임 하나는 자동차 몇십만 대가 부럽지 않다. 결국 불필요한 규제가 몇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없앤 셈이다. 법조인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개정되는 게임법은 진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 e스포츠 동호회 초대회장 출신이다. 동호회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처음에는 한국법조인협회에서 e스포츠 연구회를 발족한 게 시작이었다. 여기서 게임과 e스포츠 관련 법들을 연구하다가, 게임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즐기는 문화까지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e스포츠 동호회를 만들게 됐다. 법조계 최초의 게임 관련 단체다.

현재 게임에 관심 있는 3040 세대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위닝 등을 종목 삼아 PC방과 플스방을 대관해 대회도 진행한다. 발기인만 50명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현재 활동하는 사람은 100명이 훌쩍 넘는다. 나도 발기인 중 1명이었다. 다들 일이 바빠서 자주는 못하지만 꾸준히 참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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