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日 '백색국가' 제외 논리 그대로 '되치기' 한 산업부


수출통제 '부적절 사례' '통상적 관리' 언급…日과 마찬가지 개별허가 지정 안해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한국 정부의 일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은 일본의 수출규제 논리를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모양새다. 다양한 산업군의 민간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지만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에 대해 일본이 한국측에 제기한 '부적절한 운영사례'를 그대로 거론했다.

일본은 앞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통상적인 '수출관리'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도 마찬가지인데 한일간 수출규제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지난 12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부합되게 운영돼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12일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12일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성 장관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 이를 감안한 수출통제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이번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언급한 신뢰문제를 똑같이 거론한 것이다.

이번 수출규제 사태의 시작은 지난달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소재 3종에 대한 개별허가 전환이다. 아베 총리는 그 이유로 한국의 수출관리에서 북한과 관련된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시사했다.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의 경우 "수출규제 해당 품목이 북한 화학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북한 연관성을 언급했다.

정작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평가결과 2017년 기준 한국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순위는 세계 17위로 일본(32위)보다 오히려 높다. 일본의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전략물자 수출통제 위반 적발사례 중 북한 관련 사례가 30건에 달한 가운데 아베 정부 들어서는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성 장관이 언급한 '부적절한 운영사례'는 일본의 이같은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처음 수출규제의 이유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들었지만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최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방침 이유로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 하물며 대항조치가 아니다"며 '수출관리' 차원의 통상적 조치인 점을 강조했다.

이번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한국 정부의 방침도 마찬가지다. 성윤모 장관은 "산업부가 통상적으로 매년 1회 이상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하고 있다. 금년에도 고시 개정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표면적으로는 '통상적' 개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일 서울 전자랜드에서 아베 정부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내각결정 소식을 접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일 서울 전자랜드에서 아베 정부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내각결정 소식을 접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당초 이번 조치는 지난 8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인 EUV 포토레지스트 1건의 수출계약을 허가하면서 연기됐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도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추가적인 개별허가 품목은 지정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확대에 앞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개별허가 품목을 따로 지정하진 않았다. 백색국가에 원칙적으로 허용되던 포괄허가에 대해선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시,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에 의한 수출 시 등" 단서 조항을 달아 국내 대일 수출 기업들에 허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대일 수출기업에 대한 포괄허가는 신청서류가 종전 1종에서 3종으로, 유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길어지는 등 심사절차는 다소 복잡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수출통제 품목은 그대로, 심사절차만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내부적으로 이번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불매운동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항공운수, 여행 수요 감소로 일본 지역경제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소재 3종 수출규제가 적용되는 일본 기업들도 한국·중국 내 합작법인을 통한 증산 방안 등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정령 개정안 시행 시점은 오는 28일이다. 그 사이 8·15 광복절,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연장 시한 등 한일 관계 변곡점들이 남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백색국가 제외 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효 시점을 20일간 행정예고 및 의견수렴 이후 '9월 중'으로 다소 모호하게 표기했다. 그 사이 양국 상호간의 입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성윤모 장관는 백색국가 제외 시행과 관련 "의견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공이 다시 일본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日 '백색국가' 제외 논리 그대로 '되치기' 한 산업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