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글로벌 인사이트]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는 중국


소프트파워 앞세워 각국 방송 장악에 나서…중국 문화도 전파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는 수돗물도 없이 마당에서 닭들이 뛰어 노는 한가로운 집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인 위성 접시 안테나를 집집마다 설치해 놓고 있다. 대부분은 중국 베이징에서 쏘는 위성 전파를 받아 제공하는 수백 개의 채널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케냐의 TV 방송국은 몇 개 안된다. 그런데 중국이 제공한 접시 안테나 덕분에 선진국 국민 못지않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접시 안테나 이전의 아프리카에서 TV를 보는 것은 일부 엘리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나마 낡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항상 눈이 내리는 스크린을 봐야 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중국의 스타타임스가 수백 개의 위성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CNN 캡처]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중국의 스타타임스가 수백 개의 위성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CNN 캡처]

중국이 세계 지배를 위해 구사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의 하나로, 아프리카인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의 통신 인프라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그리고 이 사업을 독점한 한 중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그 기업의 이름은 스타타임스(StarTimes). 스타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추진한 1만 마을 위성TV 공급 프로젝트의 주계약자로 선정되면서 12억 인구의 아프리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고지를 선점했다.

이 회사는 현재 30개 아프리카 국가 1천만 명의 회원들에게 중국 TV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TV 프로그램 보다 중국 정부의 프로파갠더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고 있다. 그리고 잠비아와 케냐 같은 국가에서는 TV 네트워크를 장악하면서 스타타임스가 자신들 멋대로 TV 방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시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5G 인터넷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모종의 관련을 맺고 있다는 비난을 세계적으로 받고 있지만, 스타타임스는 중국 정부의 가장 강력한 아프리카 소프트파워 툴이면서도 세계 각국이 거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는 회사다.

케냐에서 중국 기업 스타타임스가 서비스하는 위성 TV 방송 수신용 안테나. [CNN 캡처]
케냐에서 중국 기업 스타타임스가 서비스하는 위성 TV 방송 수신용 안테나. [CNN 캡처]

서방 국가의 원조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세계의 양심에 그어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공됐으나, 유정을 개발하거나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것 이외에 아프리카의 경제를 위해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서방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아프리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타임스는 베이징으로부터 프로그램을 받아 아프리카 전역에 보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장쩌민 국가주석은 중국·아프리카협력기구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의 정상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이를 계기로 양 대륙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의 ‘주출거(走出去 : Going Out)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대거 해외로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

‘주출거 전략’은 1999년에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계획으로, 중국 국내 기업들이 지역 및 글로벌 경제를 개척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왔다. 이 전략을 계기로 다양한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진출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 조지 주는 나이지리아에 들어가 값싼 핸드폰 멀티 칩을 판매하는 트랜시온(Transs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이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진 스마트폰 회사로 성장했다. 한편 런 정페이는 케냐로 날아가 화웨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어 TV 광신자인 스타타임스의 팡 신싱은 TV가 포화 상태인 중국을 떠나 아프리카로 가기로 했다. 팡은 아프리카에서 블루 오션을 보았다. 많은 가구는 TV가 아주 없거나, 있어도 여러 집이 같이 보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채널은 2, 3개뿐이고 디지털 TV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보였다.

게다가 한 나라는 대형 기업 하나가 TV 서비스를 독점하면서 월 70 달러라는 거금을 연간 1인당 국민총생산(GDP) 7백 달러의 국민들에게 부과하고 있었다. 팡은 저가 프로그램 공급자로서의 가능성을 읽었다. 오늘날 스타타임스는 최저 월 4 달러만 내면 볼 수 있는 세계 최저가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아프리카 진출은 타이밍도 절묘했다. 2006년 유엔 협약은 눈 내리는 아날로그 TV 대신 2015년까지 아프리카의 TV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정부의 투자를 촉진하면서 네트워크를 설치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스타타임스는 각국의 디지털 TV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 주면서 또 다른 수입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07년 팡은 르완다에서 최초로 디지털 TV 면허를 따냈다. 이듬해 스타타임스는 르완다 디지털 TV를 설립, 월 3~5 달러에 3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4개는 중국 관영 채널이다.

2000년 장쩌민 주석이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 정상회담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외교 행사 중 하나로 달력에 별도로 표시돼 있다. 지난 해 중국·아프리카협력을 위한 포럼에 모인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은 600억 달러(70조 원)에 달하는 중국의 개발 차관과 경제 원조를 타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당시 각국 지도자들은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스타타임스의 팡 회장을 만났다. 스타타임스의 사업에는 각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데,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은 각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 한 참석자는 세계 최고의 방송인 영국 BBC의 대표조차도 많은 국가 지도자가 직접 찾아오는 이러한 장면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소프트파워 툴인 스타타임스는 해외에서 라디오와 TV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면허를 유일하게 갖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소유한 수출입은행(EXIM)은 스타타임스에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사업을 위한 수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아프리카 현지 언론들은 “스타타임스가 아프리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웨이가 정부와 관계를 가지면서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글로벌 인사이트]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는 중국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