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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탄소년단 가치 낮추는 기획사의 무리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며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BTS 효과를 노린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최근 이들과 손잡고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업체들의 관련 홍보 자료도 쏟아져 나왔다.

그 동안 방탄소년단 사진이 디자인된 콜라부터 커피, 주스, 교통카드, 피규어 등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한 데 이어 이들이 출연한 광고도 유통업계를 휩쓸었다. 또 방탄소년단 멤버가 사용한다고 언급한 제품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방탄소년단의 광고 모델료는 30억~5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약 4조1천4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4천2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해 총 5조5천6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방탄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이들의 기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기준 1조2천800억 원에서 2조2천800억 원으로 치솟았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각각 6배 가량 늘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중소기획사에서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벤처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형기획사에 치여 소속 가수들이 방송 출연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대를 옮긴 것이 신의 한수였다. 방탄소년단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공유해나가며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키웠고, 결국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콧대도 높아진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의 효과를 노린 여러 업체들의 러브콜이 쇄도할수록 이들이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점점 도를 넘는 모습이다. 광고 촬영 전까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홍보 자료에 등장하는 문구 하나에도 직접 관여를 하며 자신들에게 승낙을 받으라고 강요해 업체들의 불만은 높아져 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할 때 동등한 계약 관계가 아닌 종속된 느낌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한 업체 관계자는 "방탄소년단과 계약을 맺고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맞지만 '방탄소년단'이 언급된 부분을 기사에서 삭제하라고 기획사 측이 요구했다"며 "기자들이 좋은 내용으로 기사를 써도 기획사 측은 사전에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자가 아닌 업체들에게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촬영 전까지도 기획사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수십억 원의 계약금을 주고서도 '을'처럼 시달릴 때가 많다"며 "기획사 때문에 화가 났다가도 촬영 현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예의 바르고 성실한 모습을 본 후 마음을 가라앉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참여한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대형 행사에서 70억 원의 비용을 낸 업체의 한 직원이 실수를 해 기획사 측이 참여 업체 모두를 집합시켰다"며 "협업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하는 자리에서 관련 업체 직원들이 기획사 관계자에게 야단을 맞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일방적인 소통 행태를 팬들에게도 드러낸다. 최근에는 팬들과 의견 교류없이 일방적으로 팬클럽 정책을 기존 기수제에서 상시 회원 모집 방식으로 변경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일본 팬클럽만 특별 대우를 받게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처럼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 인기를 활용하고 수익을 얻고자 하는 빅히트 측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BTS를 좋아해주는 팬들과 BTS의 가치를 인정해 높은 금액을 지급하고 광고 모델로 발탁한 업체들에게 '갑질'로 인식되는 일방적인 지시로 일관하는 기획사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제는 빅히트 측이 팬들은 물론, 함께 경제적 이익을 얻어갈 수 있는 업체들과도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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