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망 이용 도매대가 부담을 덜고 더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이동통신 도매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과 같은 수익배분 방식이 아닌 필요 설비를 갖추고 접속료 등 원가 기반으로 도대매가를 산정해 알뜰폰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관련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쉽지않은 대목. 무엇보다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는 정부 주도로 운영중인 알뜰폰 중장기 로드맵 전담반에 이 같은 '접속료' 등 원가 기반으로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제도개선안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MVNO)은 이동통신사(MNO) 설비를 빌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MVNO는 MNO와 도매제공계약을 맺고 '도매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무선 1위로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제공의무가 있다. SK텔레콤은 정부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따라 매년 도매대가를 낮추고 있지만, 알뜰폰 업계는 여전히 도매대가 부담이 크다며 더 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LTE 데이터요금제에 주로 사용되는 수익배분방식의 경우 소매요금의 일정액을 정해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는 통상 이동통신사에서 팔리는 소매요금의 절반 가량 수준이다.
문제는 이통사가 선택약정 할인이나 보편적 요금제 등 요금을 낮추고 있어 현재의 도매대가 수준으로 이보다 경쟁력 있는 요금제 상품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마케팅 등에서 열세인 알뜰폰 업계로서는 자구책 마련 등이 시급한 상황.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가 정부에 전달한 의견에는 기존 도매대가 산정방식과 달리 이통사와 알뜰폰의 중간사업자를 통해 접속료를 계산하고, 여기에 적정원가를 가산한 도매대가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개선안이 포함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사업자간 접속방식(레이어 접속)'을 통해 데이터 링크 계층(OSI 레이어2)을 연결해 데이터를 도매제공한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교환기에 알뜰폰 사업자의 데이터 관문설비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접속료 계산 등이 가능하려면 국내 알뜰폰 사업자도 일정 설비를 갖춰야한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 중 필요하다면 설비 투자 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 중 하나인 세종텔레콤은 설비를 갖춰 상호접속을 기반으로 이통 서비스를 도매제공하는 MVNE(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 전환을 위해 일정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세종텔레콤 측은 "투자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알뜰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도입된다면 도매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한 도매대가 인하 및 알뜰폰의 요금제 설계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KISDI의 2018년도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국내 이통 도매시장은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점유율(약 47%)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이 부족하다는 것. 그나마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의지를 갖고 이 같은 도매제공 방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접속료 기반 도매대가를 산정하려면 과기정통부가 도매제공의무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며 "알뜰폰 사업자도 상호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면 된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투자의사를 밝힌 알뜰폰 사업자는 있지만 (산정방식 변경 등은 )간단히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제도개선 과제로 보고 상호접속에 대한 법률 검토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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