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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기고로 달려간 김정은 위원장


북미 핵협상 극한 대치로 회귀하나…트럼프 외교성과는 ‘물거품’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신무기 시험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미 관계가 지난 2017년 11월 이전의 군사적 국한대치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군사 무기나 전략에 대해 일체 언급을 회피해 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가진 최초의 공개적인 행보가 무기 시험장 방문이기 때문에 북한이 다시 미국과의 극한 대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특히 사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한 외교 업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북한의 대류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캡처]
북한의 대류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캡처]

◇북미 재협상 가능성은 낮다

이미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양국이 다시 만남의 가능성은 열어놓았지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단계적(phased), 동시적(synchronized)’ 협상 전략과 미국의 전략인 ‘선(先) 핵무기·탄도 미사일 전량 폐기·핵시설 리스트 제출, 후(後) 유엔 경제제재 완화 및 외교 관계 개선’은 서로 타협의 여지가 극히 없는 대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지난 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한테 쏟아진 국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전량 폐기 후 제재 완화’라는 카드는 양보할 수 없는 실정이고, 이 같은 사정을 잘 설명해준 것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다. 2차 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은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유엔 경제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회담 성공 가능성에 대해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보수주의자인 존 볼튼 안보보좌관을 내세워 협상을 결렬시켰는데, 배경에는 어설픈 협상은 또 다시 국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년에 대통령 재선에 나서야 되는 자신으로서는 너무 큰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이러한 사정은 북한이 제시한 연말까지의 시한에도 불구하고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극히 어려울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달라진 북한의 국제적 위상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이어 지난해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카이뉴스]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카이뉴스]

이 같은 북중 간의 관계 진전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되면서 촉발됐다. 특히 종전선언 이야기가 나오면서 중국은 한국전쟁 당사자임을 들어 당연히 협상에 참여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남북미는 중국을 제외한 채 협상을 진전시키자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청한 것이다.

특히 지난 해 6월에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김 위원장을 불러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이 우선권이 있음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도 북미 협상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동안의 소원함을 거두고 적극적인 대중외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유엔의 극한 경제제재가 계속되는 동안 국경을 맞댄 중국의 물질적 협조가 절실했던 탓도 있다.

북한은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외교적인 접촉을 지속하는 한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도 정상회담을 통한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노력을 해왔다. 결국 북미 협상의 문은 좁아졌지만, 국제외교의 문은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다시 극한 대치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북한이 쓸 수 있는 전략적 카드는 여러 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제일 먼저 꺼내든 카드는 북러 정상회담이다. 북러 정상회담은 오는 24일이나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것이 확실시 된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긴밀한 외교적 접촉을 벌여왔고, 그 결과 이번에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북러 관계는 이미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러시아에 밀가루 1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으며, 러시아가 이중 5만t을 지원하기로 동의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달 31일 보도한 바 있다.

북러 관계 진전의 촉진제 역할은 러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시베리아 에너지 파이프라인의 극동 연결이다. 러시아는 북한을 교두보로 해서 이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극동 지역으로 연장시키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계산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 파이프라인은 남한까지 이어지면 러시아의 가스·석유 수출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선택…군사행동 가능성은 없다

미국의 선택 가능한 대북 정책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북한에 대폭 양보하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살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양보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2017년으로 돌아가 극단적인 대치가 계속될 것인데, 이 때 볼튼 안보보좌관의 주장처럼 미국의 대북한 군사행동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 미국 매사츄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이며 진보적인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는 몇 년 전 북미관계에 대해 강연하면서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를 공격해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대북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단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인 사정거리 13,000km의 화성 15형이 대기권 재진입에는 실패했다는 정보를 내놓은 바 있다. 그로써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추지는 못했고,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추정일 뿐이고 미국의 군사적 공격에 맞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개시할 경우 성공 여부는 예측 불가다. 따라서 그러한 예측불가의 상황에서 미국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인 리비아와 이라크를 보더라도 탄도미사일, 핵가능 물질, 대량살상 무기 등이 완전히 제거된 이후에 미국은 공격을 개시했다. 역설적으로 대상국들은 완전 무장해제를 해야 미국의 군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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