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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폭발 대비, 남북 참여 국제공동연구 시급


2000년대 이후 백두산 지진활동 증가, 재해대비 · 인도주의적 접근 필요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이자 언제 다시 화산활동을 시작할 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2000년대 초반 백두산 일대의 지진발생이 급증하자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학계에서는 남북 과학기술교류의 측면에서는 물론 재난 대비를 위해서도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남북공동조사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북한에서도 남한에 여러 차례 공동연구를 제안해 왔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공동연구가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백두산이 다시 깨어난다면 북한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 심각한 재난이 닥칠 것이 분명하다. 2017년 6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영국UN대표부가 제출한 백두산 화산 국제공동연구에 대해 대북제재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도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지금이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공동연구를 시작할 절호의 기회라는 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복철)은 포스텍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소장 김승환), 백두산/화산마그마연구그룹(대표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과 교수)과 공동으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백두산 화산연구의 시급성을 제기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15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15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백두산 화산이 다시 깨어난다면?

백두산은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된 매우 위험한 활화산이다. 서기 946년 천지에서 발생한 ‘밀레니엄 대분화’는 남한 전체를 1m나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분출물을 쏟아냈다. 백두산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 방출한 지진파에너지의 4배가 넘는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15만개에 육박하는 에너지다. 이 때의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를 넘어 쿠릴 열도에서까지 발견된다. 밀레니엄분화 이후에도 1668년, 1702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1903년에도 분화 기록이 있다. 천지의 들썩거림은 앞으로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어떤 것은 분화로 이어질 것이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백두산 천지 근방에서는 화산지진이 3천여 회 이상 일어나 천지가 부풀어 오르는 등 심각한 화산분화의 징후가 나타났다. 중국의 장백산화산관측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안정기에는 한 달 평균 7건이던 지진 발생 수가 이 기간동안 평균 72건으로 증가했다. 2003년 11월에는 무려 243건에 달했다.

지진의 크기도 활동기에 더욱 커졌다. 대부분의 지진은 천지 아래 약 5km 깊이에서 발생했다. 지진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백두산은 부풀어 올랐다. 천지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평균 4cm (최대 7cm) 팽창했고 수직으로 7cm 상승했다. 이후에는 수직 상승 움직임이 둔해지다 2008년에는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윤성효 교수(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화산특화연구센터)는 백두산 화산 분화의 예상 시나리오에 근거한 수치모의 실험 연구 수행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백두산이 가까운 장래에 분화한다면 현재의 지질학적 상태 및 조건을 고려할 때 천지 칼데라 지하에서 1천℃ 이상의 점성이 큰 규장질 마그마가 상승해 물을 만나 폭발적인 분화를 하게 될 것이며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발생해 대기 중으로 비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기먼지기둥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다가 어느 먼 곳에 강하화산재를 비처럼 내릴 것이며 백두산 주변은 산불과 대홍수로 인해 매몰, 황폐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sh3d 프로그램을 이용한 백두산 화산재 확산 수치모의 결과(한국시각 2019년 3월 1일 0시)에 10 km3의 분출물, 먼지연기 높이 25 km, 분화지속시간 6시간으로 모의한 것 [윤성효 교수 발표자료 인용]
Ash3d 프로그램을 이용한 백두산 화산재 확산 수치모의 결과(한국시각 2019년 3월 1일 0시)에 10 km3의 분출물, 먼지연기 높이 25 km, 분화지속시간 6시간으로 모의한 것 [윤성효 교수 발표자료 인용]

이현우 교수(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는 1986년 8월 아프리카 카메룬 북서부의 니오스 호수 분화구에서 10만~3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방출돼 인근에 살던 1천700여 명의 주민을 몰살시킨 사례를 예로 들며 '백두산 천지 이산화탄소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백두산의 화산가스와 관련해 우려되는 문제는 언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한 번에 방출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 내에 얼마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두산 화산 연구 어디까지 왔나?

2000년대 초반 백두산 천지 부근에서 심각한 화산분화의 징후가 나타나자 북한은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청해 왔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백두산 화산 연구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중국은 장백산화산관측소를 1999년 설립하고 지진관측소 11개소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화산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 자료는 우리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감시 지역에서 북한 지역은 빠져 있다.

한국 지질학계의 연구도 중국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조사에 그쳤다. 그나마도 2016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 지역에서의 백두산 연구는 2011년에 영국 주도로 시작됐다. 영국 런던대학교 제임스 해먼드 교수가 유엔의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영·미·북·중 공동의 연구그룹인 MPGG(Mt. Paekdu Geoscientific Group)를 구성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지진계를 북한에 반입하는 허가를 얻는 데 18개월이 걸려 실제 조사는 2013년 여름부터 2년간 진행됐다. MPGG는 이 당시에 백두산 주변에 6개의 광대역 지진계를 설치, 관측하는 한편 100개 이상의 지질학 샘플을 채취해 유럽과 미국 연구소에서 분석했다. 백두산 지표면의 암석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해먼드 교수는 이 날 토론회에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추진한 백두산 화산의 지질학적(지진학, 지화학, 지질연대측정 등) 연구프로젝트 결과를 소개하고 백두산의 미래 폭발에 대비한 효과적인 전략과 과학적 방법을 활용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승환 교수(포스텍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2013년부터 2년간 진행된 MPGG의 조사는 예비연구의 성격으로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재해에 대비한 시나리오 작성 등을 위해서는 백두산 지하 심부탐사를 통한 지각 물성 기초연구와 관련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먼드 교수는 2단계 연구를 위해 올 초에도 북한을 방문했으며 국제공동연구 자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 남북공동연구 시급, 하지만 어떻게?

국내 학계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남북공동의 백두산 화산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MPGG같은 국제공동연구그룹에 영국 · 미국 · 독일 학자들이 참여할 만큼 백두산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재해발생시 당사자일 수 있는 한국의 연구진은 간접적인 정보수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교수는 "백두산 마그마 연구를 위해 첨단 심부모니터링 장비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이를 설계하기 위해 적어도 3년 이상의 면밀한 기초연구와 탐사, 안전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남북의 백두산 전문가, 책임있는 실무 당국자들이 만나 백두산 화산 남북국제공동연구에 협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연구그룹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북한과 백두산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백두산 아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면서 "우선 백두산 연구활동에 최적기인 올 여름에 남북한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백두산에 결집해 화산 징후 현황, 현지의 전기 · 도로 인프라 등 향후 본격적인 연구 조건을 파악하기 위한 공동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강현 박사는 "학술적으로도, 재난 방지차원에서도 백두산 연구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게 없어서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다."면서 백두산 화산 감시시스템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화산감시시스템에 북한 지역이 빠져 있다. 화산이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감시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전조현상이 탐지된 후 장비를 설치하고 관측을 시작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관측 장비를 미리 설치해야 정상상태를 알 수 있고 정상상태의 특성을 알아야 이상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수 교수는 "MPGG사례에서 보듯이 백두산 남북국제공동 연구는 과학기술교류와 인도주의 실현의 공약수로서 자연과 생명보호를 위해 남북과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국제공동연구가 추진될 수 있도록 국민, 의회, 관련 정부부처, 전문가가 두루 소통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날 토론회는 심재권 의원과 이상민 의원의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다. 심재권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우리가 직면한 백두산 화산 이슈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백두산 남북 과학기술 협력연구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국회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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