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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다시 블록화되는 세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30년,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미국과 소련의 냉전 기간 세계는 ‘동’(東)과 ‘서’(西) 양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이나 소련 중 택일을 강요받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두 블록으로 나뉜 진영은 사라졌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같은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긴장이 지구본 위에 다시 지정학적 경계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최근의 예는 이탈리아로, G7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BRI)을 지지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미국은 즉시 BRI가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탈리아를 위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 냉전 종식 후 30년, 세계는 다시 미국과 중국의 두개 블록으로 나눠지고 있다. [수토리]
동서 냉전 종식 후 30년, 세계는 다시 미국과 중국의 두개 블록으로 나눠지고 있다. [수토리]

이탈리아를 가운데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이제는 전 세계적인 것이 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파워는 아시아를 넘어 라틴 아메리카와 서부 유럽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한때 미국의 당연한 영향권 아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갈수록 노골적인 것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겠다는 결정은 적대적 관계가 없는 중립 지대에서 무역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평화의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BRI라는 순수한 야망은 중국이 새로운 대국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에 불을 지폈다. BRI가 성공한다면 중국과 가까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하나로 묶으면서 잠재적으로는 환태평양 연결 고리를 약화시키는 기능을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시행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의미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항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미국과 대항하기 위한 해군력의 증강으로 미국은 이해한다.

그리고 중국 통신회사인 화웨이의 국제적인 확장은 기술 우위와 첩보 활동을 놓고 벌이는 보다 넓은 의미의 싸움이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최근 몇 달 동안 회복할 수 없는 보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화웨이가 5G 네트워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우방국들에 돌아가면서 애원했다.

일본, 호주 등과 같은 주요 미국 우방들은 화웨이와 관련해 미국 편에 섰다. 그러나 영국은 여전히 고심 중에 있다. 만약 영국이 화웨이를 허용한다면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첩보 시스템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반면 영국이 화웨이를 봉쇄하면 브렉시트 이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가 위험에 놓이게 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다. 캐나다가 화웨이의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인 멍 완저우를 추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를 구속한 후 중국의 대응은 매우 격렬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캐나다 시민들이 구속됐고, 캐나다 기업 임원들은 이제 중국 여행을 두려워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합의했을 때,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 소매점 체인인 롯데가 소유한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롯데는 결국 중국에서의 사업을 접어야 했다.

중국이 갈수록 미국 우방국들에 대한 압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중국의 자신감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세계 경제 주도권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경로에 위치한 국가들이 중국의 인프라 건설 패키지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미국 측에서는 그에 맞서는 대안적 제안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화웨이의 5G 기술에 대한 대체 기술을 제안한 미국 회사도 전혀 없었다.

중국의 영향력 강화와 대항하는 싸움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한 카드는 종종 무역 보다는 안보였다. 일본, 한국, 독일, 호주 등을 포함하는 국가들은 이제 미국보다는 중국과 더 많은 무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모두 군사적 보호를 위해서는 여전히 미국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들에 군사적 보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면 미국은 이러한 안보 우위의 위치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안보를 제공하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세계의 양대 블록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에 대항하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처럼 냉전 시대의 군사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대치 국면으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글로벌 양 진영을 가르는 기준은 기술이 될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 구글과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지금 미국은 화웨이를 무릎 꿇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경을 넘어 다니는 데이터를 통제하기 위해 각국은 세계에서 통용되는 미국 표준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 표준을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점점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양 진영의 기술이 점점 더 호환 불가능하게 발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양극화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데이터와 통신은 이제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와 군사 행동에 근본이 되고 있다.

냉전 시대의 양 블록은 세계화 시대에 의해 대체됐다. 이제 세계화 자체가 양 블록의 재탄생으로 인해 위협받게 될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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