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장자연·김학의 사건을 바라보는 나경원의 아쉬운 시선


'야당 대표 죽이기'로 규정, 여성 원내대표로서 아쉬운 판단

[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고(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면서 검찰·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 다음날(1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핵 위기가 가시화되고 민생이 파탄나고 있는데 동남아 순방 후 첫 일성이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는 검·경 수사 지시라니 국민이 아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마땅히 수사해야 할 사안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다"면서 "야당 대표 죽이기를 위한 보복적·정치적 수사에 대해서 강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성우 기자xconfind@inews24.com]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성우 기자xconfind@inews24.com]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김학용 의원을 꺾고 보수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그는 같은 해 9월 여야 여성 국회의원들과 함께 협박·폭행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업무상 관계뿐만 아니라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명시적 동의가 없는 강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예스 민스 예스 룰'의 내용도 담았다. 때문에 나 원내대표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서 여성 인권 및 젠더 이슈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나 원내대표는 '3·8 세계 여성의 날 111주년'을 맞이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세계 여성 성 평등 지수'는 아직도 매우 낮지만, 이제 변화의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면서 "저도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가 됐고, 당 최고위원의 50%가 여성이다. 한국당이 (성 평등 지수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의 문제는 단순히 삶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문제이고, 인류의 문제다. 앞으로 한국당은 '양성평등', '유리천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나다르크(나경원과 프랑스 여전사 잔다르크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는 강경 발언으로 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줘 "나경원이 달라졌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고(故)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대표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꼽힌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관련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김학의 사건'은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흐릿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지난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검찰이 고의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 모두 남성의 권력에 의해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당했는데도 당시 검찰은 범죄 사실에 대한 규명 대신 권력층을 엄호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면서 "국가가 이 사건들의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검찰이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일 기준, '장자연 사건 수사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66만 명을 넘어섰고, 김학의 사건 청원에는 12만 명 이상, 마약·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을 한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관련 수사 요청 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에 대해 나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 죽이기를 위한 보복적·정치적 수사"라고 규정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판단 여부를 떠나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정부·여당에 맞서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 지도자는 젊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사회에 진출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나 원내대표는 "여성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고, 인류의 문제"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나다르크'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본다.

송오미 기자 ironman1@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장자연·김학의 사건을 바라보는 나경원의 아쉬운 시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