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원조 워킹맘 송도순, 71세에 쓰는 '두번째 신혼 일기'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막힌 퇴근길을 싹 뚫어줄 것만 같은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공, 대한민국 대표 성우 송도순(71세). 분야를 넘나들며 데뷔 52년 차인 지금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그녀의 무기는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목소리와 말솜씨다.

12일 방송되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일흔의 버킷리스트, 성우 송도순' 편으로 꾸며진다.

◆ 일흔한 살의 ‘커리어 우먼’ 송도순, 그녀는 52년째 녹음 중!

송도순은 1967년, 중앙대학교 연극 영화과 신입생 시절 TBC 동양방송 수석 성우로 뽑힐 만큼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카랑카랑’한 특유의 목소리로 데뷔 초부터 주목받으며 ‘톰과 제리’의 해설자,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 할리우드의 대모 ‘우피 골드버그’의 개성 있는 목소리 등을 연기하며 최고의 성우로 발돋움했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송도순 [MBC]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좋은 형제들’, ‘뿌리’, ‘마법사 맥케이’, ‘로잔느 아줌마’, ‘제시카의 추리극장’, ‘펭귄 - 위대한 모험’ 등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TV 외화 시리즈와 할리우드 영화 더빙에서도 송도순의 이름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이후 톡톡 튀는 재치와 입담을 살려 라디오 DJ로 변신했던 송도순. MBC FM ‘싱글벙글 쇼’를 시작으로 탁월한 진행 능력을 인정받아, 라디오와 TV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마치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편안하고 친근한 진행으로 무려 34년 동안 저녁 라디오 생방송을 맡았던 그녀의 도전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멈추지 않았다. 똑소리 나는 설명과 깐깐한 심미안으로 홈쇼핑 ‘쇼 호스트’에도 도전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중소기업 여럿 살렸다는 ‘미다스의 손’ 송도순. 장르 불문, 나이 불문 한계 없이 도전하며 무려 52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도순, 그녀의 마지막 꿈은 바로 은퇴다.

최은경은 "선생님은 매일 방송하셨잖아요. 선생님처럼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진짜 부럽고 그게 제 목표에요. 지금 선생님 연세에도 이렇게 활발하게 일하시잖아요. 꾸준한 세월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한 방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한다.

배한성은 "‘프로 의식’ 그거는 아주 타고난 것 같아요. 언제든지, 언제든지 잘 나갔어요. 그리고 좀 쉬는 것 같으면 바로 또 일이 연결되고, 연결되고 누구도 안 갖고 있는 캐릭터. 그런 거를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송도순의 이미지, 송도순의 브랜드, 송도순의 미션 이런 것처럼, DNA 자체가 송도순만의 독특한 캐릭터의 탤런트 성을 아주 분명하게 갖고 있죠"라고 송도순을 평가한다. ◆ 원조 워킹맘, 일흔의 나이에 은퇴를 꿈꾸다

일 욕심도 많았지만, 사실은 신혼 초부터 계속된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일을 놓을 수 없었다. 두 아들의 도시락을 싸줄 틈도 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차를 몰고 스케줄을 다녔던 송도순. 저녁 생방송 라디오를 끝내고 돌아오면 지쳐 잠들기 바빴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젊은 날의 그녀에겐 사치와도 같았다.

2019년 송도순의 나이 어느덧 만 70세. 이제 그녀는 지난날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평생 해온 성우 일을 서서히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하며 ‘인간 송도순’에 집중하려 한다.

52년 동안 열심히 일만 했으니 남은 인생은 열심히 놀아보려 한다는 송도순은 집안에 개인 찜질방을 설치하는 다소 엉뚱한 ‘버킷리스트’까지도 실행했다. 늙으면 재미없는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늙어보니 인생이 너무 재밌다는 송도순의 소원 1순위는 바로 가족과의 시간이다.

아들 박준혁은 "눈 뜨면 엄마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도서관 갔다가 늦게 들어오면은 주무시고 계시고, 저 고등학교 때 엄청 바쁘셔서 도시락을 싸 주실 수가 없었어요. 새벽 4시에 나가시고 하니까 밤에 늦게 들어오셔가지고 주무시고 나가시기 바쁘니까"라면서 "친구 집에 갔는데 되게 정겨운 아줌마가 있는 거예요. 우리 집 아줌마는 일 해주는 아줌마였고 그 집의 아줌마는 엄마였던 거예요. 우리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 집 엄마는 정겹게 놀아주는 거였으니까'라고 말한다.

송도순은 "난 지금도 내가 벌어서 해요. 우리 남편은 돈 잘 안 벌어요. 뭐 지금은 진짜 늙었으니까 안 벌지만, 우리 남편은 망하는 게 더 많은데. 다 망해가지고 시흥 산골짜기로 전셋집으로 이사 간 적도 있어요. 가서 그걸 못 찾아가지고 내가 길을 몰라가지고 막 헤매고 울고불고하고 눈이 막 왔는데 못 올라가. 차가 못 올라가는 거야"라면서 "그래서 발에다가 새끼줄을 감고 우리 남편이 내려왔어. 근데 그 언덕을 둘이 기어 올라가는데 내가 그렇게 웃음이 나. 웃겨가지고. 근데 자기가 "웃음이 나오냐" 이러는데 정말로 웃음이 나와. 아이 나 웃겨라"라고 회상한다.

그는 "그냥 하루를 좋은 말만 하고, 좋은 거 보고, 좋은 거 듣고, 내가 좋은 사람 만나고 그렇게 하려고요"라고 2019년의 소망을 전한다. ◆ 서로의 마지막을 보듬어줄 유일한 인생의 동반자, ‘부부’

젊은 시절 중풍으로 쓰러진 반신불수의 시아버지를 9년이나 모시고 살면서도 지치지 않고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하러 가던 아내 송도순. 평생 고생만 한 아내 앞에 남편 박희민(76세)은 늘 죄인이었다.

요즘 소위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고 있는 아내 송도순 덕분에 남편 박희민도 덩달아 바빠졌다. 찜질방 설치부터 여행까지 아내가 원하면 언제나 ‘오케이’.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나이든 아내의 모습에 새삼스레 마음이 아프다. 아내의 인생에서 일이 갖는 의미를 남편 박희민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도 그랬듯이 늘 아내의 곁에서 묵묵하게 있어 주는 것이 남편으로서 위로고 사랑이다.

남편 박희민은 "방송에서 어느 남자분이 자기는 죄인입니다. 하는 사람도 있더구먼. 그런데 참 일 열심히 했어요. 참 열심히 했어. 그리고 기사가 있나 맘이 아프지. 벽에 나갈 때 늦게 들어올 때 내가 마음이 아프지"라면서 "‘독일 병정’ 같아. 한번도 늦은 적이 없고 근무 시간에 하등 일단 나갔다 하면 집에 전화를 안 해. 회사 방송 일만 하지 뭐 집에 나한테 중간에 전화한다던가 이런 거 하나도 없어. 일만 열심히 해, 정말 열심히 해"라고 고마워한다.

나이든 남편이 측은하긴 아내 송도순도 마찬가지다. 그저 남편 박희민보다 하루라도 오래 살아 남편이 가는 길까지 편하게 보내고 싶은 것이 아내로서 송도순이 갖는 소박한 바람이다.

송도순은 "나는 그냥 이 사람이 나보다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내가 잘 쓰다듬어서 보내지. 그리고 이 사람 눈치가 없어서 내가 없을 때 혼자 살아 있으면 걸리적거릴 수 있어 안돼. 내가 있을 때 잘 보내주는 게 낫지"라고 말한다.

송도순 부부의 두 번째 신혼 일기를 담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12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정상호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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