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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튜브 '핵인싸'가 되고픈 정치인들에게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72세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가 낳은 톱스타다. 지금은 거의 연예인이다. 할머니의 신규 동영상이 유튜브로 올라오면 연예매체들이 할머니 기사를 쏟아낸다. 현역 연예인들도 할머니의 열렬한 팬이다. 탤런트(또는 개그맨) 권혁수도 에프엑스 설리도 박막례 할머니라면 깜빡 죽는다.

2017년 초 개설된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7일 기준 63만6천940명이다. 190개 등록 영상의 조회수는 9천150만건이다. 할머니 영상 하나당 적어도 30만~40만명, 많으면 300만~400만명이 시청한다는 얘기다.

무엇이 할머니를 유튜브 '핵인싸'로 만들었을까. 할머니는 원래 식당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타고난 끼가 넘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대 손녀를 '정말' 사랑한다. 영상의 제작과 편집, 촬영을 담당하는 손녀와 꼭 붙어다닌다.

유튜브의 핵심 시청층은 10대, 20대에서 30대까지다. 물론 그 이상 연령층 시청자들도 늘고 있지만 30대 이하 젊은 층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이들이 핵인싸를 만들고 스타를 키운다. 박막례 할머니는 꼭 손자뻘인 시청자들을 "나으 팬들아"라고,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로 친근하게 부른다. 카메라 앞에서 20대가 애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천연덕스럽게 메이컵을 한다.

박막례 할머니의 계모임 메이크업 노하우 일부  [캡쳐=유튜브]
박막례 할머니의 계모임 메이크업 노하우 일부 [캡쳐=유튜브]

"이거 쓰면 나도 야(소녀시대 태연)처럼 이뻐지겄냐", "나도 얼굴로 사기 한 번 쳐볼끄나"라고 능청스레 사투리를 섞어가며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립스틱을 칠한다. "입술 쑥 내밀고 요로코롬 바르는겨"라며 음핫핫핫! 특유의 목소리로 웃는 모습에 보는 사람은 말 그대로 배꼽이 빠진다.

할머니는 그렇게 손녀를 데리고 먹방도 찍고 여행도 간다. 손녀와 노는 것은 '나으 팬'들과 노는 것이다. 그 입담과 너스레를 보고 있으면 박막례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였으면 하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할머니마저 보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박막례 할머니라는 아주 매력적인 유튜버에게.

유튜브에 눈독을 들이는 또 다른 집단이 있으니 여의도 정치인들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 구독자에서 63만8천688명으로 박막례 할머니를 눌렀다. 팟캐스트 겸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시작한 지 불과 2주만이다. 현재까지 정치권 최고 스코어다.

여당 인사들의 경우 박용진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이 구독자 5만4천명으로 국회의원들 중에선 선전 중이다. 김진표, 우상호, 우원식 의원 등 중진들도 유튜브 활용에 몰두하고 있다. 야권에선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8만6천명,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5만4천명으로 톡톡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 외에도 여야를 불문하고 마치 유행처럼,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있다. 그 소속 정당들도 공식 계정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유튜브는 소통의 채널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여의도 정치인들도 당연히 핵인싸가 되길 원할 것이다. 그래서 박막례 할머니가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할머니의 인기 비결은 다른 무엇보다 손녀를 사랑한다는 것, 너무도 자연스럽게 손녀뻘 시청자들과 함께 논다는 점을 유념하자.

정치권의 메시지만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비극의 구렁텅이다. 구직을 포기한 20대, 결혼을 포기한 30대, 비정규직 40대 가장, 퇴출 위기의 50대 자영업자, 빈곤에 신음하는 60대 노년층 등 여야 공통으로 사람들의 '절망'을 말하고 그 결론에선 항상 누군가의 책임을 논한다. 그래서 정당과 주요 인사들의 논평은 내용은 달라도 느낌은 비슷하다. 스타일과 구조가 똑같으므로.

유튜브로 다시 옮겨오자. 이 메시지들을 반복한다면 유튜브가 재밌을까. 당의 공식 채널,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대체로 몇 백회, 많아야 몇 천회 정도다. 유튜브에서 이 정도 조회수는 쳐주지 않는다. 당원은커녕 당직자들 정도가 반복해서 본다는 얘기다.

무거운 메시지들은 일단 접어두고 박막례 할머니처럼 시청자들과 어울려 보는 것은 어떨까. 10대들의 교육과 학교폭력이 걱정인가. 그러면 딱 일주일만 책가방을 들고 학교와 학원, 또 학원과 학원을 따라다녀보자. 20대들의 팍팍한 일상이 걱정인가. 그러면 20대 알바들과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편의점에서 밤을 새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어보자.

30대 비정규직 여성의 처우가 우려된다면 콜센터에서 딱 하루만 진상고객들에게 시달려보자. 주 52시간 근무제와 탄력근로제는 개발자들의 '크런치' 모드를 함께 경험한 후 노사의 입장을 들어보자. 50대 자영업자들과 같이 통닭을 튀겨보며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가맹비를 따져보고 60대 은퇴자들의 빈곤이 걱정되면 새벽 인력사무소의 기묘한 긴장감을 같이 느껴보자.

그 내용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옮겨보자. 1회에서 그치지 말고 30회, 40회, 나아가 100회, 200회를 반복한다면 그 자체로 뛰어난 기획물이다. 사람들, 또는 소비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케팅의 절대 원칙이자 흥행의 기본 공식이다. 유튜버를 하고 싶다면 사회적 지위, 나이, 외모는 일단 접어둬야 한다. 박막례 할머니는 원래 70대의 소시민이자 평범한 할머니라는 점을 잊지말자.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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