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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국' 강조한 이재현, 뚝심으로 '문화 한류' 주도


영화·음악 등 문화사업 투자 통해 산업 육성…국가 브랜드 위상 높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는 거지."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는 누나인 이미경 이사와 함께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 같이 말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러 떠난 길이었다.

이재현 회장은 당시 3억 달러(한화 3천500억 원)를 투자하며 드림웍스SKG의 대주주로 참여했다. 1995년 4월 드림웍스 투자를 발표한 뒤 그 해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CJ그룹은 식품회사에서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되기 시작했다.

이재현 회장의 '문화 산업화'를 위한 꿈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현실이 됐다. 평소 '사업보국' 철학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은 문화산업을 적극 키워 CJ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장시킨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11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의 문화사업에 대한 뚝심 투자와 열정이 2015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글로벌 한류 투자의 베스트 사례로 소개됐다. 'CJ E&M : 미국에서 한류 확산하기'라는 제목의 이 하버드 경영 사례 연구집은 201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 '케이콘(K-CON)'의 탄생 과정과 이 회장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사례집은 "문화산업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며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향후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신념을 전하고 "이것이 적자를 내면서 지금까지 CJ가 문화 콘텐츠 사업에 지속 투자해 온 이유"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같은 이 회장의 신념 덕에 국내 문화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해 영화산업 일대의 전환기를 불러왔고, CGV를 본격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영화 관객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

또 영세한 영화제작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며 영화산업에 뛰어 들었고,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을 시작으로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 배급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회장은 영화에 이어 1990년대 후반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 음악전문 방송채널인 엠넷(Mnet)을 인수하며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시청타깃과 특성이 명확한 전문채널들을 잇따라 개국해 현재 총 18개의 다양한 전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9년 연말 '케이팝(K-POP) 확산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최초의 뮤직비디오 시상식 '엠넷 영상음악대상'도 시작했다. 이 행사는 2009년 '마마(MAMA)'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 주최 시상식 최초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으며, 전 세계에 '케이팝' 열풍을 주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가 산업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국가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별 아티스트의 발굴과 육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시스템, 정책, 인프라 등도 구축돼야 한다"며 "'마마'는 CJ그룹의 문화사업 비전과 뚝심 투자 덕분에 글로벌 케이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케이팝 글로벌 확산에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 여겨졌던 '케이팝'은 '마마'를 통해 지역 확대와 팬층의 다양화를 넘어 경제파급 효과, 국가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며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음악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55조 원(490억 달러)에 달하며, 2021년까지 매년 3.5%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거대 시장으로, 산업적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중 케이팝은 지속 성장 중인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상품으로 떠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2015 사이 우리나라 음악산업 수입액은 연평균 1.7%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수출은 1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7 한류 파급 효과' 연구를 보면 2016년 대비 2017년 케이팝을 포함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18.7% 늘어났다.

또 팬들이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고 체험이 가능한 라이브 음악, 공연시장의 성장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케이팝 글로벌 확산을 위한 음악시장 다변화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12~2017 사이 음악 공연산업은 지속 성장 중이다. 또 2020년까지 전체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0%초반 수준에서 약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음악을 직접 즐기고 현장의 생동감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팬이 늘면서 세계 음악시장이 동력을 얻고 지속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케이팝 및 한류의 인기를 통한 간접 수출효과 역시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류로 인한 간접 수출효과는 약 46억 달러로 전년대비 6%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외모, 패션, 먹거리 등을 따라하고 싶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화장품, 액세서리, 식음료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팝은 한국의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케이팝(16.6%)'으로 2위인 '북한(8.5%)'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전 세계 음악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는 북미지역에서는 '케이팝'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답변이 22.6%로 4명 중 한 명에 가까웠다.

케이팝을 필두로 한 한류 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이제 K-푸드, K-뷰티, K-브랜드로도 확산되고 있다. 케이팝 팬들이 자연스럽게 한국과 관련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 속 문화의 장벽을 쉽게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럽에서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다. 미국현대언어협회(The Modern Language Association of Americ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2천547곳의 2009~2016년 사이 한국어 수강자 수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 최대 규모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는 작년에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자마자 수강생이 2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글로벌화에 실패했다"며 "한국은 CJ를 중심으로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쳐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케이팝' 확산에 맞춰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마련해주고 있다. CJ ENM이 2012년부터 시작한 '케이콘(KCON)'이 가장 대표적이다.

케이콘은 콘서트를 매개로 한류 콘텐츠와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을 융합, 한국의 종합적인 브랜드 체험을 제공한다. 한류 문화 콘텐츠 파워를 한국의 식품, 패션, IT 등 다양한 경제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자 마련된 이 행사는 매년 규모가 더욱 확대되며 미래 한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한류의 낙수효과를 경험하고 인정한 기업들이 문화 콘텐츠와 결합된 이 컨벤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참여기업들 역시 매년 1.5~2배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와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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