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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화웨이 사태로 다시 ‘먹구름’


미중무역전쟁, 휴전은커녕 확전 가능성 커져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세계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국면이 화웨이 사태로 급냉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정상의 90일간 관세 부과 유예에 대해 미봉책이라는 불안감을 가졌던 세계 경제는 다시 위축되고 있다.

중국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소식으로 아시아와 유럽 증시에 이어 뉴욕 증시도 장중 한 때 다우존스 지수가 7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S&P 500 지수도 2% 이상 폭락했다. 낙폭은 대부분 회복됐지만 시장의 불안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멍완저우는 미중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만찬 회담을 벌이고 있던 지난 1일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멍완저우는 미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미중 양 정상이 90일 관세 유예를 합의한 날 발생했고, 양 정상도 체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 회담에서 미국산 제품 1조2천억 달러 상당을 구매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40%의 관세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지 중국 측이 확인한 것은 아니다. 90일 유예나, 1조2천억 달러 구매에 대해서 중국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중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멍완저우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커졌다.

멍완저우 체포는 앞으로 미중 무역 전쟁을 냉전으로 확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시장의 우려는 적지 않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멍완저우 체포에 대해 직접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한 국가가 정책적으로 다른 경쟁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를 모르는 채 해서는 안 된다”며 “화웨이는 우리가 감시하던 회사 중 하나다. 다른 회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으로 미뤄 멍완저우의 체포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온 중국의 기술 절취 행위에 대한 응징으로 보인다. 다른 회사들도 있다는 볼튼 보좌관의 언급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미중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멍완저우의 체포는 ‘중국제조 2025’에서 밝힌 중국의 기술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한다면 무역전쟁은 전면전 양상의 냉전으로 돌입하며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할 우려가 크다.

볼튼 보좌관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저지르고 있는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일자리와 회사들을 지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며 “화웨이는 공정한 경쟁으로 다른 나라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기술을 훔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최근에 행한 한 연설에서 “미국은 경제 자유화가 중국을 거대한 파트너로 만들어 줄 것을 희망했다”며 “ 그러나 중국은 공격적인 경제 정책을 채택했고, 이어 군사력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방국들에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는데, 특히 미군이 주둔한 나라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세계 각국의 무선·인터넷통신 업체들이 차세대 통신망인 5G 구축을 위한 관련 장비 구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통신망을 두절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이 동맹국에 경고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는 5G 기술은 사물인터넷의 토대로 생산설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G 네트워크가 사이버공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통신 기간시설에 존재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 정부는 세계 각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는 멍완저우 체포에 대한 시각이 미국과는 다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와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요청했다"면서 "구금 이유를 즉각 분명히 밝히고, 구금된 사람을 즉각 석방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겅솽 대변인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안보리 틀 밖에서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화웨이는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는 성명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이번 사태는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외교 전문가들도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앞으로 3개월의 협상 기간 동안 중국의 국영기업, 또는 개인에게 계속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이번 체포가 미국 정부의 주장처럼 단순한 대이란 제재 위반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화웨이에 대한 견제이며, 미국은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아성을 넘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미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 4대 통신사 중 하나인 ZTE에 대한 제재를 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ZTE에 대해 미국 기업의 핵심 부품 조달을 원칙적으로 차단, ZTE를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중국의 보복 행위로 이어지면서 미중무역전쟁이 냉전 상태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통상전문가들은 멍완저우의 체포로 중국 내 모든 미국 기업이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CNBC 방송도 “미국의 멍완저우 체포는 매우 공격적이다. 중국이 더 강제적인 보복에 나설 수 있다”며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압박에 신중한 방식으로 대응해 왔으나, 이번 사태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C는 또 “중국의 법이 모호해 마음만 먹으면 미국 기업을 엄중히 단속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미국 기업이 위험해졌다”고 경고했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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