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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문의 디지털농업 이야기] 식물공장의 빛과 어둠


2년 전 농업분야에 발을 들여놓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충고가 있다. 소프트웨어, 인터넷 업계 경험으로 농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최소한 5년 이상은 농업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두 달 만에 접한 주목받는 농업분야 여러 회사들을 살펴보니 농업분야 출신이 대표인 경우가 드물었다. 오히려 10년 이상 농업 IT업계에 있는 분들은 새롭게 주목받는 회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농업을 대하는 새로운 물결이 이 분야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농업분야에 새로운 물결 중의 하나로 주목받았던, 지금도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 식물공장이 있다. 수 년 전부터 식물공장 사업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사업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식물공장은 도시농업, 수직농업과 맞물려 여전히 주목받는 분야이다. 식물공장의 빛과 어둠 및 미래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1) 식물공장의 빛

식물공장은 크게 인공광 식물공장과 자연광 식물공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식물공장은 인공광 식물 공장으로 생육에 필요한 빛, 온도, 공기, 양분의 환경을 밀폐된 공간에서 인공적으로 제어하여 자연환경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시킨 시설을 말한다.

따라서 식물도 마치 공산품처럼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최초의 식물공장이 나온 지 이미 50년이 지났지만 최근 식물공장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LED 기술의 발전으로 품질은 향상된 반면, 제조비가 낮아지면서 LED를 활용한 상업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밀폐된 환경에서 흙을 완전히 배제한 수경재배로 엽채류를 재배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밀 재배가 가능하며 재배 과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환경변수를 제어할 수 있다. 그리고 몇 층으로 쌓아 올린 수직 선반에서 엽채류를 재배하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식물공장 선도기업인 AeroFarms의 자료에 따르면 노지재배와 비교했을 때 물을 95% 절감하면서도 1평방 피트 당 130배 더 많은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파종에서 수확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6일로 노지 생산 30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노지는 보통 일년에 3번 경작이 가능한 반면 식물공장은 22번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기와 재배 횟수를 감안하면 좁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다.

국내 한 식물공장의 사례를 보더라도 면적은 약 270평에 불과하지만 두 배 이상 빠른 식물 성장 속도와 층별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1만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육박하는 연간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식물공장은 밀폐된 공간이면 어디든지 활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일본의 후지쯔는 생산을 중단한 반도체 공장을 식물공장으로 바꾸어 연구를 하고 있으며, AeroFarms는 뉴욕 부근의 제철소 건물, 나이트 클럽과 같은 건물을 식물공장으로 전환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도시 한 가운데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신선 제품을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유통 거리 단축으로 차량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유통거리 단축을 더 극대화한 케이스로 미국의 Freight Farms가 있다. Freight Farms는 컨테이너를 미니 식물공장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컨테이너 안에 식물 재배에 필요한 각종 센서와 수경 재배 시설을 구축해 놓고 매주 1천 포기가 넘는 다양한 엽채류 재배가 가능하다. 휴대폰을 통해 외부에서도 식물공장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 컨테이너에 항상 상주할 필요가 없으며, 일정한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집 근처 컨테이너에서 생산된 엽채류를 로컬 푸드 마켓에 바로 납품하거나 레스토랑 뒤뜰에 설치하여 갓 재배된 신선 엽채류를 손님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다.

2) 식물공장의 어둠

식물공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초기 비용이다. LED를 비롯한 값비싼 장비로 다른 시설에 비해 훨씬 많은 투자자금이 필요하다. 식물공장 기술이 가장 발달하였고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은 일본을 보더라도 식물공장 시공 후 투자자금을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다.

국내 한 식물공장 업체의 경우 200평 가량의 식물공장 시공에 20억원이 투자되었다. 평당 천 만원의 투자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민간 투자와 정부 보조금이 뒷받침 되지 않아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초기 비용으로 투자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어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식물 1주 당 생산량이 낮은 점도 문제이다.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상추는 보통 1주당 100그램의 무게가 나가는데 온실 수경 재배의 200그램 이상, 노지재배 250그램 이상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심지어 개량된 품종을 노지에서 재배하면 400그램을 넘어가는 것도 흔하다.

상추 시장 가격은 무게로 책정되기 때문에 1주 당 무게가 낮으면 매출액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재배 과정에서 발생되는 시행착오를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장기간의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

노지와 온실에서 재배된 상추에 비해 부족한 '식감'도 약점이다. 물론 LED의 스펙트럼, 강도 등을 조절하여 상추의 크기, 모양, 색, 맛, 심지어 영양분까지 정확하게 제어하여 고객 맞춤형으로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추를 먹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입에 넣었을 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다.

비록 기술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태양빛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LED로 100% 커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한정 공짜로 주어지는 태양광을 버려두고 비싼 LED 전기료를 감내하며 식감이 떨어지는 상추를 굳이 생산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작물재배에 크게 문제가 없는 한국의 기후 조건에서 높은 투자비용과 많은 리스크를 감내해가며 굳이 식물공장을 지어야 할 유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재배 환경이 척박하지만 에너지 자원과 투자자금이 풍부한 중동이 식물공장을 짓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농토 조성을 기대할 수 없는 싱가포르에서 정부지원으로 식물공장 사업이 계속 진행되거나 남극에서 생활하는 연구원들을 위해 식물공장이 지어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3) 식물공장의 미래

높은 투자비와 운영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통망이 미리 확보되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의 여러 식물공장 업체 중 소수의 업체만이 지속적인 생산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이들 업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바로 안정적인 유통망이다. 식품 안전에 매우 민감하여 일반 상추보다 놓은 가격을 주고 정제된 프리미엄 상추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소비 고객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기술 발전과 무관하게 모든 식물공장 스타트업 기업이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식물공장 실패 분석 사례에서 “팔지 못할 거면 키우지도 말라(If you can’t sell it, you shouldn’t grow it)"라는 문구가 항상 맨 먼저 반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물공장에 특화된 부가가치가 높은 특용작물 재배도 초기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령 인삼은 고가에 팔릴 수 있는 약용작물이지만 식탁에 오르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다양한 수경재배 연구를 통해 작기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새싹 인삼을 쌈용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식물공장에서 고부가가치의 작물을 짧은 시간에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면 식물공장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 저자 소개

능률교육, 타임교육홀딩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모바일 및 교육업체의 창업 및 초기투자자로 참여하였고, 현재는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이지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IoT, 빅데이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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