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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피 말리는 애플 공식 '성능↑ 가격→'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모바일 기기에 대한 애플의 독특한 정책이 경쟁사의 피를 말리면서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 정책이 모바일 기기 업계의 기준으로 정착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 정책의 골자는 신제품을 발표할 때 '성능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개의 소비자 기기 업체는 성능과 기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내놓을 때 가격을 올리고 시간이 지나면 할인해주는 방식을 써왔다. 제품 개선에 투자가 필요할 것이므로 이런 가격 정책은 그동안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과거와 같은 가격에 내놓고 기존 제품은 할인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즉, 제품 구조나 형태 혹은 용도를 크게 바꿔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놓을 때는 새 가격을 제시하고, 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약간씩 업그레이드할 때는 처음 내놓았을 때와 항상 같은 가격표를 다는 것이다.

당연히 신제품이 나왔으니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할인을 해준다.

그런 이유로 애플은 완전히 다른 새 제품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달지만 기능이나 성능을 약간 업그레드 한 제품에는 고유 브랜드에 일련 번호를 붙이는 방식을 쓴다. 아이패드 다음에 아이패드2라고 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이런 가격 정책을 더 우호적으로 생각할 듯하다.

제품 가격이 안정돼 있으므로 신제품이 나와도 그 가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다. 기능과 성능을 개선하고도 같은 가격을 제시하니 외려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애플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1년 동안 상당한 투자를 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즉각적으로 사용자한테 떠넘기지 않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애플도 물건을 팔아 장사를 하는 기업이지만 지나치게 상술을 부리기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

이 주기가 대개 1년 단위로 반복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 업그레이드 버전 사이의 구매 타임을 잡기도 수월한 편이다.

무엇보다 애플이 모바일 기기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시장에서 앞서가기 때문에 이런 가격 정책이 다른 업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애플이 시장가격을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모토로라가 내놓은 태블릿 줌(Xoon) 등의 경우 애플 제품이 갖고 있지 않은 기능과 성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고 할 수 있다.

아이패드2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 속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팔려나갔지만 먼저 출시된 줌의 판매 수치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문제는 사양의 업그레이드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무조건 최고 사양만을 조합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구매하기에 적당한 물건이라고 할 순 없다. 용도에 맞는 적절한 기능과 성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 결합될 때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발동하게 될 것임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패드2는 경쟁제품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는 먼저 출시한 32GB 3G용 줌(XooM)을 800 달러에 출시했었지만 27일부터 출시할 같은 사양의 와이파이 버전은 599 달러에 내놓기로 했다. 3G 버전은 동급 아이패드2보다 70 달러 비싸지만, 와이파이 버전은 동급 아이패드2와 같은 가격이다.

산자이 자 모토로라 최고경영자는 줌을 처음 내놓으면서 "(아이패드보다) 비쌀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지만 불과 한 달도 안돼 물러선 것이다.

삼성전자도 아직 갤럭시탭 신제품(10.1인치)이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경쟁기업들도 애플의 가격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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