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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뱅킹혁명]②뱅킹역사…'주판에서 스마트폰까지'


IT, 금융을 어떻게 바꿔왔을까

20년 전만해도 국내 은행들은 '주판'이 없으면 매일 업무를 마감할 수 없었다. 당시에도 은행 업무에 컴퓨터가 일부 활용됐지만 수작업 계산과 병행해야했다.

고객들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수십 년간 IT가 은행에 스며들어가면서 금융서비스는 점차 영업점에서 길거리 자동화 기기로, 우리집 컴퓨터로, 손안의 휴대폰으로 뻗어가고 있다.

◆주판, 역사속으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만해도 은행들은 전표 집계·수표 금액 계산 등의 마감업무를 주판에 맡겨야했다. 요즘은 두뇌개발이나 치매예방 차원에서 주산을 배운다는 사람이 가끔 있지만 당시의 주산은 은행에 취업하기 위한 생계형 기술이었던 셈이다.

마감시간의 은행을 가득 채우던 주판알 굴리는 소리는 1980년대 말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은행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일부 '온라인'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 점차 확대되면서 1990년쯤 '종합온라인' 시대가 본격 도래하게 됐다. 종합온라인 시스템은 금융거래 내역들을 은행 자체 온라인 네트워크를 경유해 중앙 시스템에 입력해 놓으면 자동으로 집계해 주기 때문에 주판알을 일일이 굴릴 필요가 없어졌다.

종합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은행들은 전 영업점의 데이터를 신속히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은행에서 주판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산해진 은행 창구

이후 'PC 뱅킹'이 90년대 초중반쯤 확산된다. 영업점 창구가 아닌 PC를 통해 이체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뱅킹은 공용 인터넷망을 통해 접속한다는 점에서,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 폐쇄형 망을 활용하던 PC뱅킹과 구별된다. 이후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많은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90년대부터 은행들은 PC뱅킹, 자동응답시스템 등 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은 발품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됐다. 이후 인터넷이 대중화 되고 PC 통신 시절보다 접속 요금이 저렴해지면서 인터넷뱅킹 시대가 활짝 열리고, 이체나 송금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게된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은 1999년 7월 신한은행이 도입했고 이듬해 기업은행 등이 '차세대 시스템'의 시작으로 도입하는 등 주요 은행권들 가운데 속속 확산됐다.

◆24시간 전국이 내 금고

PC 뱅킹과 인터넷뱅킹에 앞서 은행을 한산하게 해준 공신은 현금자동지급기(ATM)라 할 수 있다. 1979년 11월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ATM을 도입했다. 이후 80년대 초반까지 은행권에 ATM은 급속도로 확장됐으며 돈을 찾기 위해 느린 은행 창구에서 긴 줄을 설 필요가 없게 해줬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용 시간의 제한이 있었다. 24시간 365일 ATM 이용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2000년대부터 은행권에 불어 닥친 '차세대 프로젝트' 바람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는 은행의 주전산 시스템 등을 기존보다 성능과 작업처리 용량이 크게 개선된 서버로 바꾸는 등 다양한 새 IT 시스템을 도입해 금융 서비스를 혁신하는 프로젝트다. 2000년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이 속속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초를 거쳐 마무리됐다. 은행은 마감 후 그날의 거래 데이터를 전산시스템으로 일괄 처리해주는 '배치'작업을 매일 실시한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1~2시간동안에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이 배치 작업 시간이 10~20분으로 줄여 이용 제한 시간을 최소화 했다. 은행들이 24시간 ATM과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해도 배치 시간만큼은 제외해야 했으나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대출·카드발급 빨라져…왜?

은행에서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업무를 위해 고객 상담부터 신용평가, 담보 심사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는 이 업무들을 은행 창구 직원이 일일이 처리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대기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행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BPR)' 프로젝트에 수백억 원씩 지불하기 시작했다.

은행 직원은 고객의 데이터만 입력하고, 평가나 심사는 후선의 시스템에 맡겨 고객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데이터베이스 및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평가와 심사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이용자들은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직원은 더 많은 고객을 상담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이 BPR 프로젝트를 마쳐 대출·신용카드·외환업무 등의 소요시간을 줄였다.

◆손안의 은행, 스마트폰 뱅킹

이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이체나 송금, 주식매매, 전자결제 등 웬만한 금융거래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PC를 통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했던 이들은 동일한 서비스를 폰을 통해 할 수 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은행 및 증권사들은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들을 속속 개발해 배포해왔다. 이용하는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복사하면 된다.

은행들은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모바일 뱅킹은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다. 기업은행의 경우 증강현실까지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은 모바일 뿐 아니라 클라우드컴퓨팅, 가상화, 보안 등 새로운 기술들을 수용해 끊임없이 IT를 통한 금융 혁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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