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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두 시간이면 전자책 한 권이 뚝딱"


세심한 작업은 직접 손으로…"역시 품질이 최우선"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가 많지 않은 소설 같은 경우는 두 시간이면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자책 제작 현장을 직접 탐방하기 위해 한국출판콘텐츠를 찾은 지난 12일. 문을 열고 들어서자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3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단촐했다.'작지만 강하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이 곳에선 컴퓨터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자책을 '뚝딱'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설처럼 간단한 책은 두 시간 정도면 만들어낸다.

물론 그렇다고 전자책 제작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맞춤법을 확인하고 글자나 이미지의 배치를 예쁘게 하기 위해선 담당자의 꼼꼼한 손길이 필요하다.

한국출판콘텐츠로부터 외주를 받아 전자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유컨텐츠기술 문석주 과장은 "전자책 제작은 자동 50% 수동 50%라 보면 된다"며 "파일 변환은 소프트웨어로 하지만 세심한 부분에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콘텐츠는 PDF 파일을 이펍 파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정교해질수록 전자책 제작은 쉬워진다. 출판사에서 직접 전자책을 만들 날도 머지 않았다.

사무실은 크지 않아도 보안은 철저하다. 이펍 파일이 외부로 유출되면 무료로 인터넷 바다를 떠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무실 출입문을 항시 잠근다.

지난주에 건물에 도둑이 들었는데 3층에 있는 한국출판콘텐츠는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외부와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차단한다.

◆한국출판콘텐츠는 어떤 곳?

한국출판콘텐츠(KPC)는 출판사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로 전자책 콘텐츠 관리를 주 업무로 한다.

약 60개 출판사의 책을 전자책 콘텐츠로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한국출판콘텐츠에 참여하고자 하는 출판사가 늘고 있어 오는 31일까지 2차 증자를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약 3천 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달 약 400권 가량을 추가하고 있다. 현재 이곳을 통해 전자책 사업을 검토중인 출판사는 150곳이 넘는다.

◆"전자책도 종이책 정도의 품질 제공해야"

한국출판콘텐츠 정남수 팀장은 전자책 제작 현장 소개에 앞서 전자책 콘텐츠의 품질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돈을 내고 전자책 도서를 구매했는데 맞춤법이나 사진 배치가 엉망이고, 읽는 데 불편하면 앞으로 또 돈을 내고 전자책 콘텐츠를 구매하겠느냐"며 "단순히 텍스트를 전자책용으로 변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책이 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두 시간. '쿽'이라고 하는 인쇄를 위한 조판이 있는 도서의 경우 이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그 다음 이펍 파일로 바꾸면 완성이다. 변환 과정에서 문단이 어그러지거나 띄어쓰기가 틀려지는 등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출판콘텐츠로부터 외주를 받아 전자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유컨텐츠기술 문석주 팀장은 "이미지가 많이 없는 소설의 경우 빠르면 2시간도 걸리지 않아 전자책 콘텐츠인 이펍 파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자책 콘텐츠로 만든 이펍 파일을 해당 출판사에 보내 검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길게는 한 달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한국출판콘텐츠 정남수 팀장은 "유통사가 전자책 콘텐츠를 만들 때는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변환만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비용도 1만~2만 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전자책은 책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설과 달리 사진이나 그림이 중요한 요리책의 경우는 사진 최적화 및 배치 등 작업을 더 해야하기 때문에 이틀이 걸리기도 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쿽이라는 조판이 없을 때다. 이 때는 종이책을 뜯어서 모든 쪽을 스캔해야 한다. 스캔이 끝나면 이미지 파일에서 글자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서 파일로 만든다.

다만 이미지에서 글자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정확도가 90% 정도라 10% 해당하는 부분을 직접 수정해야 한다. 담당자가 원본 책과 글자를 추출한 결과물을 비교하며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건비가 많이 든다. 이 과정에서 전자책 콘텐츠 제작 비용의 60~70%가 들어간다.

이펍 파일로 변환했다고 해도 모든 작업이 끝난 건 아니다. 제목, 목차, 그림, 사진, 글자, 주석 등을 어떻게 나타낼지 고민해야 한다. 폰트나 서체가 맞지 않을 경우 글자를 직접 그려야 할 때도 있다.

출판사에선 교열 담당자가 맞춤법을 확인하고, 이 전자책 콘텐츠가 독자에게 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 만큼 품질이 되는지 등을 파악한다. 한 출판사의 경우 전자책 150권을 검수하는 데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약 한 달 반 동안 꼼꼼히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출판콘텐츠는 자신들이 만든 전자책 콘텐츠에 출판사의 검수 과정을 거친 도서라는 필증을 붙이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

정남수 팀장은 "똑같은 원본으로 만든 전자책이더라도 누가 어떻게 제작했느냐에 따라 품질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며 "독자가 보다 좋은 전자책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필증을 붙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 현황은?

국내에 나와 있는 전자책 단말기는 6종류가 있다. ▲삼성전자 'SNE-60' ▲아이리버 '스토리' ▲인터파크 '비스킷' ▲북큐브네트웍스 '북큐브' ▲네오럭스 '누트' ▲넥스트파피루스 '페이지원'이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20만원 이상 40만원 이하다. 무선인터넷, 터치스크린 등 기능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단말기에 따라 볼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도 다르다. 각 업체별로 1천~5천대를 판매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난해 1천300억원 규모였다. 올해는 1천9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책, 새로운 출판 환경 만들 수 있을까

정 팀장은 "전자책은 제작 비용이 권당 5만~10만원으로 종이책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 이상적인 방향은 전자책을 먼저 만들어 시장 상황을 살피고 반응을 본 뒤 종이책을 만들지, 만들면 몇 권이나 인쇄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개인 출판을 활성화하는 데도 전자책이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은 또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전자책 콘텐츠의 경우 진정한 디지털 콘텐츠라 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파일 변환으로 끝날 게 아니라 처음 책을 만들기 전 출판 회의 때부터 전자책과 관련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 콘텐츠가 더 늘어나기 위해선 저작권을 갖고 있는 주체인 저자나 출판사의 참여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자책 업체 관계자는 "오래된 책의 경우 출판사가 전송권을 가지지 못해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선 저자에게 따로 연락해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책 콘텐츠가 더 많아지려면 저자나 출판사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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