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천안함 게시글 충돌…바람직한 인터넷 심의 모델은?


방통심-자율기구 대립…방통심 조직 논쟁으로 확대

"천안함이 미군잠수함에 의해 침몰됐다"는 게시글은 인터넷에서 삭제돼야 하는 정보일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게시글이 허위 또는 출처가 불분명해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를 위반했다며, 인터넷 포털회사들에 삭제 요구했다.

반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해 반론이 있는 상황에서 허위 정보로 결론짓기 어렵다며 방통심의 삭제결정에 대해 '해당없음'으로 판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KISO가 똑같은 천안함 관련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하면서 전면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기업들은 누구 결정에 따라야 하는 지 헷갈리고,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공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수준으로 글을 써야 하는 지 혼란스럽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를 향한 바람직한 인터넷 심의 모델은 없을까.

◆천안함 게시글 삭제 안 해도 행정처분 못 내려...법 규정없어

"천안함이 미군잠수함에 의해 침몰됐다", "천안함 조사 발표는 정부의 조작이다. 특히 북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조작이다" 등의 인터넷 게시글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삭제의결을 받은 것은 법에 따른 게 아니다.

현행 법(정보통신망법 44조의7)상 불법정보로 취급받는 것은 ▲음란정보 ▲비방목적의 허위사실과 연계된 명예훼손 정보 ▲데이터 등을 훼손 및 변경하는 정보 ▲청소년유해정보 ▲국가기밀누설 정보 및 범죄 교사, 국가보안법 금지 정보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번 삭제결정의 근거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이 아닌 내부 규정에 근거했기 때문에, 인터넷 회사들이 방통심의위 결정에 불복해 해당 게시글들을 삭제하지 않아도 행정처분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권고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명호 불법정보심의팀장은 "문제가 된 천안함 게시글들은 불법정보가 아니어서 (포털들이 삭제를 거부해도) 행정처분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포털사 등에 시정을 권고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기구이지만 행정기관은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이번 삭제결정 역시 권고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방통심 결정은 사실상 행정행위"...법원도 1심판결서 행정행위로 간주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의 행정행위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오상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독립기구이지만, 위원들이 공무원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는 등 행정기관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든 사업자든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문제라면 재심 등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게 바람직한데, 방통심 결정에 대해 KISO가 반대 의견을 내놓는 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통위의 시각은 최근 법원 판단과도 일치한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 게시글이 방통심의위 결정으로 인터넷에서 삭제되자 심의위의 결정은 사실상 강제력을 갖는 행정처분이며 이에 불복하니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권고 조치' 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방통심의 시정조치는 '행정처분'의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해 최 목사가 승소했다.

◆바람직한 인터넷 심의 모델 찾아야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 소송에서 최종 승리한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방통심의위가 법(망법 44조의7)이 아닌 내부 규정(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근거해 삭제명령을 할 경우 행정행위가 되기 때문에 해당 네티즌으로 부터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김창희 정책위원장은 "법원이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가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하면 포털들은 이를 일단 따라야 하지만 이용자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언제라도 자신의 권리 제한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OECD 국가중 정부 당국이 직접 인터넷 등에 대해 내용심의를 담당하는 곳은 없다"면서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활성화되고 바람직한 소통 문화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심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토론이 공개적으로,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람직한 인터넷 심의 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방통위 오상진 과장은 "방송통신심의위와 자율정책기구(KISO)가 협력해서 정보를 시스템적으로 교류하면서, 방통심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크거나 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게시글에 대해 심의하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 사건은 KISO가 맡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의 행정기구인 방통심은 법(망법 44조의7)에 의거한 불법정보에 대한 내용 심의만 하고, 천안함 같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게시글에 대해서는 자율기구가 심의하는 게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천안함 게시글 충돌…바람직한 인터넷 심의 모델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