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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AT&T, '3년 밀월' 끝?…버라이즌 뜨나


AT&T 서비스 차질 잇따라 애플 대안 마련할 듯

아이폰으로부터 아이패드까지, 애플과 AT&T의 모바일 공조는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두 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그 하나다. 스마트폰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3년 전 이맘때 처음 나온 아이폰으로 인해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특히 세계 IT 시장을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옮겨 놓은 주역이다. 이 새 역사를 여는 데 두 회사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특히 IT 붐을 재건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두 회사는 또 이동통신 시장의 역학구도를 바꿔놓았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역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였다. 이들이 ‘갑’(甲)이고 단말 제조회사는 ‘을’(乙)이었다. 갑이 기술과 가격 등 이동전화 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나 애플의 등장으로 이 구도가 바뀌었다. 애플이 주요 나라에서 1위 이동전화 사업자보다 2위 이하 사업자를 파트너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애플이 굳이 2위 이하 사업자를 선택한 것은 단말과 서비스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동통신 시장에서 단말과 앱스토어를 통신망보다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든 첫 계기가 바로 두 회사 공조이다.

그런데 이 공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할 때와 달리 애플이 너무 커버렸다. AT&T 독자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단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이 모자라는 듯하다. 애플로서는 AT&T가 ‘조강지처’(糟糠之妻)와 같은 입장이지만 더 매력적인 ‘첩(婕)’이 있다면 굳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 조강지처는 미운 짓만 골라한다.

애플로서는 1년 중 최대 잔칫날인 15일(이하 현지시간), 조강지처는 그만 잘 차려진 밥상을 엎고 말았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힘이 모자란 것인지 준비가 부족한 것인지 밥상을 들고 가다 놓쳐버린 것이다. 새로 탄생한 아이폰 4를 첫 예약 판매하는 날이었는데 거의 하루 종일 AT&T의 ‘예약 승인 시스템’이 다운 돼 대리점 직원들이 수기로 예약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줄 서 기다리던 손님이 짜증을 내며 돌아서는 데도 조강지처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대신 애플이 사과해야만 하였다.

지난 9일에는 아이패드를 쓰는 손님들의 개인 정보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전혀 노출되지 않아야 할 손님의 이메일 주소와 아이패드 사용을 인증하는 ID 번호가 한 해커 집단의 간단한 해킹으로 공개된 게다. 아이폰 4 예약 판매와 마찬가지로 애플 손님들한테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조강지처는 이달 초에도 애플의 심기를 건드렸다.

애플이 아이폰 4를 내놓기로 한 7일을 기점으로 데이터 요금제를 바꾼 것이다. 그동안 한 달 30 달러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요금제가 있었는데, 이를 없앴다. 대신 200메가바이트(MB) 미만 사용자에게는 월 15달러, 2기가바이트(GB) 미만 사용자에게는 월 25달러를 받는 종량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2GB 이상 사용자는 추가 1GB 당 월 10달러씩 더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요금제 변경은 애플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폰 4 공개 일정에 맞춰 요금제를 바꾼 점이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단말을 쓰는 사람이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그렇게 분석하고 있다.

물론 AT&T의 고충도 당연히 이해된다. 그동안 AT&T는 아이폰 사용자가 특히 많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과도한 트래픽 때문에 애를 먹었다.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자 통화 품질이 나빠져 소비자 원성이 대단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 또한 “AT&T가 통신망을 증설할 것으로 본다”며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따른 사용자들의 원성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완곡하게 부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애플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3년 전 두 회사는 ‘스마트폰 확대’라는 공동의 이해로 출발했지만 그 사이 이렇듯 둘 사이에는 ‘루비콘 강’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는 사실 애플로서는 좋은 일이고 AT&T로서는 부담이 되는 일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명성을 높이고 AT&T 서비스의 평판을 깎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미국의 통신 전문가들은 애플이 결국에 첩을 들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르면 가을께부터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에서도 아이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럴 경우 AT&T에는 충격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AT&T의 아이폰 사용자 중 약 40%가 버라이즌으로 옮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연 애플은 '미운 조강지처' 옆에 '매력적인 첩'을 들일 것인가.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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