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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웃사이드'가 시작됐다


때론 미지의 영역으로, 때론 몸집을 불려 무제한급에 뛰어들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핵심사업부를 잘라내는 기업도 생긴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으로 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세서 전문기업 인텔이 PC 밖으로 탈출하고 있다. CPU 메이커만을 고집하다가는 생존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탈출구는 바로 그린IT, 에코테크놀로지 분야다. 포화된 IT 시장에서 머물지 않고, 21세기 '노다지'인 그린IT를 겨냥했다. 지금까지 인텔은 컴퓨터 인사이드만 파고들었지만, 말하자면 '인텔 아웃사이드(out side)'의 시작인 셈이다.

주요 프로세서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네트워크의 각종 계량·측량·콘트롤 장치를 제어할 수 있다.

이 회사 에코테크놀로지 그룹 캐리 프리만(Carrie Freeman) 이사는 22일 "이미 지난 2001년부터 환경 에너지 분야 250개 프로젝트에 2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4천만 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협력 기업들과 '인텔 오픈 에너지 이니셔티브'라는 일종의 컨소시엄 조직을 결성, 시장공략의 준비를 끝냈다.

특히 인텔은 전국규모의 전력 그리드, 홈 에너지관리, 스마트빌딩, 지역단위 전력효율화 등 4대 분야를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에서는 국영기관인 '스마트그리드공사'와 전력부문의 효율화를 꾀하는 10년짜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인구의 80%가 이 사업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당장 인텔의 에코테크놀로지 사업이 많은 매출을 올리지는 못할 것이지만,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텔코리아 이재령 부장은 "전세계 인텔 직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인텔이 칩 메이커로 머무를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라클은 지난해 4월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며 IT 업계 무제한급의 왕좌에 도전장을 던졌다. 오라클은 썬 인수를 먼저 추진했던 IBM에 치명타를 날리며, 단번에 사각링의 한가운데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당장 IBM과 HP,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맞싸움이 가능해졌다. 특히 오라클과 썬의 만남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한 성공적 변신의 모델은 단연 IBM이다. 잘나가던 IBM도 90년대 초반, '공룡의 멸망'을 걱정해야 할 때가 있었다. IBM은 그 순간 과감히 컴퓨터 회사라는 틀을 벗어 던졌다.

지난 92년 사업비중이 53%이던 하드웨어는 2005년 27%로, 92년 당시 23%에 머물렀던 서비스사업 비중은 2005년 52%로 늘어났다. 2008년 총 1천36억달러의 매출가운데 서비스 부문이 절반을 훨씬 웃도는 589억달러를 기록했다.

IBM출신의 글로벌 기업 A 지사장은 "IBM이 주력이었던 PC부문을 중국계 레노버에 매각할 당시 IBM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미 의회 등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국 서비스기업으로의 전환은 옳은 선택이었다"며 "생존을 위해 변신을 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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