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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미스매치' 중기-대학 연계로 풀자"


[벤처 중기가 되살아야 나라가 산다 ⑤]

중소 벤처기업의 최대 애로 가운데 하나가 인력난이다. '고용없는 성장'이 국가 최대 과제로 부가될 만큼 실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중소 벤처기업은 쓸 만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88만원 세대'와 '100만 청년 실업'이란 말로 대변되는 한국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력 미스매체' 해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대기업의 인력 수용 능력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들의 창업 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중소 벤처기업과 학계 및 연구계가 상호 협력을 통해 교육 과정에서 중소 벤처 기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경우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산학연(産學硏) 프로젝트를 가동해 우수 인력을 '입도선매(立稻先賣)' 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 벤처기업은 이 분야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예컨데 중소 벤처기업과 대학이 '산학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기업과 대학에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해주거나, 향후 창업 의욕을 갖고 경영 수업 차원에서 벤처 중소기업에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에 특전을 줄 필요성 등이 제기된다.

◆벤처 중소기업 "쓸 사람이 없습니다"

먼저 반가운 것은 올해 중소기업의 채용 인력이 지난해보다 약 8.4% 증가할 전망이라는 조사 결과다. 올 초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중소제조업 300개를 대상으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의 39.0%가 올해 상반기 인력을 채용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하반기 30.6%와 2009년 상반기 35.9%에 비해 각각 8.4%p, 3.1%p 증가한 것으로, 올 상반기 중소기업 채용시장은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얼어붙은 고용 시장이 서서히 녹고 있는 것.

그러나 중소 기업에 대한 기피현상은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인력난 빠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구조직자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취업을 기피'(29.3%)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위어 '적합한 경험자나 적임자에 대한 정보부족'(22.7%), '회사 소재지 등 지역적 여건'(19.0%), '채용 후 잦은 이직'(16.7%), '임금 및 복리후생수준이 낮아서'(13.7%)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중소 기업은 여러 대책안 중에서도 '구직자와 구인업체간 취업연계인프라 강화'(14.7%), '직업능력개발 기회 확대'(9.7%)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취업 연계 인프라와 구인자의 능력개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들은 산학 연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벤처기업 71% "산학연 긍정적 효과 有"

벤처기업협회(회장 황철주)가 지난 2008년 12월 말 총 2천509개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산학연계가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었다는 응답이 71.2%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업체들은 산학 협력 경험에 대해 큰 도움이 된다(23.3%),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및 보통임(47.8%)이라고 응답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산학연은 지식경제부 산하 단체를 비롯해 여성벤처협회, 전국테크노파크 등 협단체의 지원 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기업과 학교가 개별적으로 연계된 경우도 많다.

전국 공과대학을 대상으로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진행하고 있는 벤처협회 정책연구팀 허영구 팀장은 "벤처 기업이야말로 산학연계가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허영구 팀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환상을 품고 취업한 신입사원 중 많은 이들이 초기 이탈하거나 조직 적응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벤처기업 취업자 중 평균 1년을 넘기는 이들이 적은 것은 실무환경에 적합한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대학에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노텔, NHN, KT, SK커뮤니케이션즈, 삼성그룹 16개 계열사 등이 이 대학 출신자들에게 면접과 서류 전형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허 팀장은 "많은 대기업이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인재 발탁에 수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벤처 기업 등에 많이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대기업에 비해 신입 사원 교육 여력이 없는 벤처기업일수록 검증된 인재, 조직 적응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인증제도를 통해 초기 이탈자를 줄이고 실업률을 낮춰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학교와 손잡고 맞춤형 인재 양성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졸 신입사원을 현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걸리는 교육 시간은 약 6개월.

사원 한 사람을 교육하는 데 드는 반복 학습과 시간, 경비 등에 대한 비용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부담을 줄이고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학연 맞춤형 교육’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한국폴리텍II대학(학장 조주현) 인천캠퍼스 컴퓨터정보과는 MDS테크놀로지(대표 김현철)와 산학연계형 맞춤교육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MDS테크놀로지는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맞춤형 커리큘럼을 신설하고, 이수 과정 중 교육용 장비와 교육 커리큘럼 구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폴리텍II대학 컴퓨터정보과는 2010년 차세대 모바일 기반 및 내장형 임베디드 시스템 특성화학과로 개편, 향후 늘어가는 이동형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어플리케이션 개발 인력을 양성할 계획으로 MDS테크놀로지와 향후 맞춤교육 및 실무인증 과정을 신설키로 했다.

반도체 개발 기업 엠텍비젼(대표 이성민) 역시 최근 충북대학교와 맞춤형 인재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엠텍비젼은 충북대와 산학협동 연구와 ‘반도체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맺고, 기업이 교과목을 선정하는 등 학사운영을 제휴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산학연계를 통해 맞춤교육과 실무인증 두가지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한국폴리텍II대학 컴퓨터정보과 안종영 교수(컴퓨터 공학과)는 "현재 우리 학과의 경우 약 6개의 중소 기업과 산학연계를 맺고 관련 교육 및 실습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 후 취업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학교에서부터 미리 준비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며 학생들 역시 취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산학연계의 장점으로 기업이 가진 첨단 기술과 자원을 학생들이 먼저 습득하고 배울 수 있으며 R&D(연구개발)에 있어 학교의 풍부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학생들 역시 졸업 후 취업과 진로에 대한 목표를 뚜렷이 하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한다.

안종영 교수는 "현재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모바일 관련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여건 상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기는 힘든 상태"라며 "빠르게 급변하는 IT 기술을 학교에서부터 배우고 졸업과 동시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돼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산학연계의 강점이다. 현재 우리 학과와 연계를 맺은 6개 업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제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고 이수와 동시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실무 인증까지 해주는 것. 기업의 맞춤형 인재 양성이 산학연의 모범답안으로 자리잡을지 이번 시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전형 인재+일자리 창출 윈윈

스마트폰 확산으로 통신서비스, 인터넷 등 IT업체들의 구인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력을 원하는 기업은 많지만 그에 부합하는 인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

한 IT 중소 기업은 "원하는 인력의 스펙은 높지만, 근무 환경 및 처우는 대기업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인력난은 더 가중되고 있다"며 "게다가 기껏 일할만큼 가르쳐 놓으면 대기업으로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허탈하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모바일 개발자 뿐 아니라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기업은 원하고 있다. 최근 IT 서비스 업체 SK C&C(대표 김신배)는 인턴십 위주의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SK C&C 학력, 전공 등 일명 '스펙' 중심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과 실무역량을 갖춘 검증된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 채용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 이 외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산학연계를 통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경력자 우대로 사원 수시 모집에 나서는 등 실무형 인재 찾기가 활성화 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폴리텍II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은 MDS테크놀로지는 지난 2002년부터 MDS아카데미를 운영해 왔으며 2007년부터는 각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발굴해왔다.

대구대학교 컴퓨터학과 대상 임베디드 SW 개발자 양성 과정을 비롯해 숭실대학교 컴퓨터학과 대상 학점 인정제(15학점) 임베디드 SW 개발자 양성과정, 전국 대학 3, 4학년 대상 고부가가치 휴대폰 SW 개발자 양성 과정 진행 등 최근까지 산학연계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과를 만들어 면접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 석사과정을 마치는 5학기 동안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강 중인 30명 중 5명은 MDS테크놀로지, 25명은 삼성전자에 졸업 후 취업하게 된다.

MDS테크놀로지 DT사업부 오형관 상무는 "중소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 시 교육에 투자할 만한 시간과 비용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부터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한 내용을 배우고 실무에 걸맞은 인재로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학교와의 연계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소 벤처기업 또한 초기 이탈자를 막고 일하고 싶은 분위기,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관 상무는 "우리 회사의 경우 다양한 동호회 활동과 매칭펀드 등을 통해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원하는 부서 매치 및 이동 등도 비교적 자유롭다"며 "그 밖에도 다양한 복리후생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사원 개인의 우수성을 최대한 살리고 대기업에 비해 늦은 정년과 빠른 승진 체계, 충분한 보상제도 등을 통해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기업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 벤처기업에 있어 인적 자원은 무엇보다 큰 힘이다. 일명 스펙 아닌 현장형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학교와 정부, 기업의 3자 협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강호성 기자, 정명화 기자, 서소정 기자, 임혜정 기자, 정병묵 기자 ]

/특별취재팀 digit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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