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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 수사, 통신비밀보호법 지침 어겨


변재일 의원 주장…'허가서'로 통째 엿본 건 잘 못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업자들에게 지키도록 요청하고 있는 통비법 업무처리지침이 기지국 수사 현실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 위반이 법률 위반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이에따라 경찰 등이 기지국 수사를 할 때 통비법상 '통신사실확인허가서'가 아닌 법원에서 허가받기 까다로운 형사법상의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15일 국회 문방위 전체 회의에서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이 작년 하반기 검찰과 경찰·국정원에 제공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전년 동기 대비 66배나 급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업무처리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1건의 허가청구서로 특정시간과 장소의 기지국을 이용한 모든 사용자의 전화번호와 위치정보 등을 가져갔는데, 이런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상 위법행위라는 것이 변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방통위가 관련 법령의 메뉴얼로 활용중인 통비법 업무처리지침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범위'에 따르면 동일한 범죄수사나 동일인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위해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의 가입자에 대해 허가를 청구하려면 성명 또는 전화번호 등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경찰이 기지국 수사를 하려면 미리 특정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등은 일단 기지국 단위로 전화번호를 몽땅 받은 뒤 1~2개 전화번호만을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변 의원은 이는 법을 위반한 것이고, 법률 위반의 책임은 수사기관과 법원은 물론 이를 제공한 이동통신사업자, 이통사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게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통신사 현장방문 등 국회 문방위 차원의 현장조사를 요구했다.

◆"방통위, 처리지침 제대로 감독 못해"

변재일 의원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압수수색영장보다 손쉬운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허가서'로 기지국을 통째로 엿본 것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업무처리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2항(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요청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보통군사법원 포함한다. 이하 같다)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피의자나 피 내사자(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제출토록 돼 있다.

특히 법에 따라 옛 정통부가 만든 '통신비밀보호법 업무처리지침'은 동일한 범죄 수사나 동일인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위해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의 가입자(성명 또는 전화번호 등이 명시된 경우에 한함)에 대해 1건의 허가청구서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성명, 전화번호 등이 명시된 경우에 한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변 의원은 "경찰 등이 기지국 수사를 하면서 1건의 허가서로 특정인 지정없이 기지국 수사를 한 것은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법원, 검ㆍ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 이를 감독할 방통위 모두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침의 의미는 통신사들에게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지 않는 것은 협조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방통위 역시 이 처리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질타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법무부와 방통위 공동 소관이며, 이번에 공개된 '통신비밀보호법 업무처리지침'은 방통위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에서 2005년 만들어진 것이다.

◆방통위 "우리는 적법여부 판단 못해...통비법 지침과 다른 건 사실"

이에 대해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우리는 적법한 지 아닌 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 "이 지침은 적법하게 발행된 법원 허가서에 따라 통신사에 요청이 오면 서식 등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지침"이라고 답했다.

신 국장은 또 "(변 의원의 문제제기는) 법원에서 허가서를 발부한 게 적법한 가 아닌가 하는 말씀인데, 우리 위원회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통비법 업무처리 지침은 경찰 등이 법원 허가서를 갖고 이통사를 찾았을 때, 어떠한 양식에 따라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걸 규정한 것일 뿐 지침만으로 법원의 허가에 대한 판단이나 경찰 등의 기지국 수사 요구서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 또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된 통비법 업무처리 지침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범위'는 2005년에 만들어져 기지국 수사가 통비법 규정으로 이뤄지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서도 "그러나 업무처리 지침과 기지국 수사의 현실이 다른 것을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판사가 법원 지침을 어겨 허가서를 내줬다고 해도, 지침은 내부적인 해설서일 뿐 시행령이나 고시 등과 달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판사의 판단을 넘어설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비법상 업무처리 지침과 달리, 법원이 기지국 수사를 허가했더라도 통신사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현장조사 요구

그러나 변재일 의원은 "방통위에 말하는 것은 통비법상의 시행령과 지침대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과 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지 확인하라는 의미"라면서 "새 정부 들어 촛불시위 등을 막으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국민들을 상시 감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질타했다.

변재일 의원은 이에 따라 통신사 현장 검증을 포함한 현장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감청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출이 67배나 늘었다"면서 "건수로 보면 1천600만 건에 이르는데, 이는 국민의 3분의 1이 수사기관에 의해 감시통제받는다는 의미이고,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여야 간사 협의통해 현장 검증이 이뤄지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문방위 고흥길 위원장은 "의도적으로 통신보안을 소홀히 취급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중요한 문제이니 간사간에 계속 협의하자"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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