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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욕 앞선 의원의 과잉 보도자료


8일 오전 눈길을 끄는 보도자료를 받았습니다. '지난 해 소비자 통신민원 100건 중 2건만 해결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근 3년간 이동통신관련 통신사별 위약금 분쟁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동전화 서비스에 관한 소비자상담 건수는 3만1천705건이었고, 이 중 2.19%인 1천340건만 피해를 구제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낸 안형환 의원(한나라당)은 이동전화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가 소외되고 있다면서 관계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친소비자'를 말하는 데 98%의 소비자가 무시당하거나 외면받는 다니요. 보도자료에는 수치만 언급돼 있어, 취재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담자 중 어떤 기준으로 피해를 구제해 줬는 지, 상담건수와 피해구제 건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출처가 틀렸을 뿐 아니라, 데이터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우선 자료는 방송통신위가 아닌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것이었습니다. 또 이동전화 소비자상담건수와 피해구제 건수를 직접 비교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자료 출처야 단순 실수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일은 심각해 보입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이동전화와 관련된 소비자 상담건수에는 애초 피해 구제 대상이 되지 않는 문의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업체에 연락이 안 되요", "반품이나 교환을 하려면 어떻하면 되나요" 같은 문의들입니다.

피해구제 대상이 되려면 특정 서비스를 해지하려 해도 안 해 준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피해 사항'이 있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소보원이 개입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안형환 의원은 일반 상담을 포함한 수치에 실제 피해구제 건수를 비교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겁니다.

이런 사례는 안 의원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길 바라는 의원들일수록 '과욕'을 부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료를 '과잉해석'하는 실수를 범할 우려가 큽니다.

안 의원 역시 지난 해 10월에도 불법스팸과 관련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면서 비슷한 실수를 한 적 있습니다.

당시 안 의원은 2008년 스팸 신고건수는 9배나 늘었는데, 과태료는 4분의 1로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부 조직개편 이후 지경부 우정사업본부로 넘어갔던 불법스팸 관련 과태료 부과 업무가 방통위 산하 관리소로 이관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2008년 7월 3일에야 스팸 과태료 업무가 넘어와 실제 방통위가 부과한 액수가 줄어든 것이죠.

관계 당국의 자료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들도 실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고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소비자의 편에 서겠다"는 선의마저 의심받을 수 있죠.

국회의원들이 정작 중요한 소비자 문제를 매섭게 지적해도 '한 건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의욕이 앞서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의 '냉정한 분발'을 기대합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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