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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오픈 IPTV의 '오픈' 정신을 기대한다


KT가 TV 화면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오픈IPTV'를 선보였다. 23일 KT는 '오픈IPTV'를 공개하면서 망이 없는 콘텐츠 기업들도 IPTV에 수월하게 들어갈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명실상부한 개방 환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TV를 보다가 그림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뒤 자녀와 함께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명대로라면 인터넷 개인방송국이 TV로 옮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축이 된 오픈IPTV 컨소시엄이 재정부실로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지 2년여 만에 드디어 인터넷TV다운 서비스가 출현한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관리할 추가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미끼 상품으로 여겨졌던 IPTV가 본연의 서비스 경쟁력을 갖게 될 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오픈IPTV라는 KT의 설명에 다소 미흡한 점도 눈에 띈다. 실질적인 개방으로 나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셋톱박스와 미들웨어 부분의 웹기반 표준 문제다.

KT는 오픈IPTV 서비스에 삼성전자의 셋톱과 알티캐스트의 미들웨어를 이용할 계획이다. 오는 10월까지 삼성이 관련 규격을 표준화하면 이에 기반해 서비스가 이뤄진다. 즉, KT가 제안한 오픈 스펙에 따라 기업들이 콘텐츠를 개발하게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SK브로드밴드나 LG텔레콤 IPTV가 과연 이 스펙에 동의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개방'이라고 부르기 힘들 수도 있다. KT 쿡 TV 가입자와 SK 브로드앤TV 가입자는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C 단에서는 쿡인터넷에서 SK브로드밴드 인터넷으로 바꿔도 네이버나 다음을 볼 수 있지만, TV에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 업체들의 송출 방식도 비슷한 한계가 보인다. 이들이 실시간 채널을 서비스하려면 일반 방송채널사업자(PP)처럼 방송센터에서 전용회선을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개방 시스템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KT와 SK 등 IPTV사업자들의 망이 폐쇄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IPTV법이 방송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KT의 오픈IPTV에 VOD나 실시간 채널을 서비스하려면 일반 PP처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나 등록을 해야 한다. 유료 채널로 한다면 별도 약관을 신고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개방된 약속의 땅'은 아니라는 것이다.

KT의 오픈IPTV는 중소 콘텐츠 업체의 TV 시장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선 분명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한계를 고려해 보면 KT의 주장처럼 전면적인 개방TV라고 부르기에는 2%가 부족해 보인다.

오늘 발표된 KT의 오픈IPTV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다소간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픈IPTV가 이런 한계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서 명실상부한 개방형TV로 진화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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